의대 정원
의대 정원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5.29 18: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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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아픈 환자가 병원에 가면 제일 짜증나고 힘들어하는 게 진료를 받기 위해 장시간 대기를 하는 경우다.

동네에서 소문난 의원이나 잘 나가는 종합병원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라치면 수십분, 어떨 때는 1시간여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몸살·감기, 피부염 등 비교적 가벼운(?) 증세는 다행이다. 외상이 없는 심각한 두통 등 잘 표시가 나지 않는 중증 환자들은 일반 병의원에 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국을 흔들고 있는 간호법 파동을 겪으며 온국민이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우리나라에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 이유가 의사 단체의 기득권 지키기 탓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대한의협 등 의사 단체는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대도시와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여기에 인기 과(科)에 의사들이 몰리면서 정형외과 등 필수 진료분야 의사가 부족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물론 다 맞는 말이다. 실제 생명이 위급한 응급 환자들을 돌봐야하는 흉부외과나 신경외과 등 외과분야 과목은 지원하는 의대생이 부족해 각 대학병원마다 애를 태우고 있으며, 그나마 지원자들마저 전과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 반면 피부과 등 이른 바 `돈이 되는' 과목들의 경우 지원자들이 쏠리면서 해마다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피안성 정재영'. 일반인은 모르지만 의사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이 말은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인기 과목의 순위를 뜻한다.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의 앞 글자를 딴 줄임말이다.

공통점은 대부분 외과적 수술을 할 필요가 없는 이른 바 `피를 보지 않는' 과목들이며, 개원만 하면 능력에 따라 큰 돈도 벌 수 있는 과들이다.

실제 전국 의과대학의 전공의 경쟁률을 보면 대부분 이들 과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으며, 흉부외과 등 외과적 수술이 필수적인 분야의 전공에는 경쟁률이 미달인 경우가 많다. 2021년 서울 강남의 모 대학병원의 전공의 지원자 모집 결과 흉부외과는 5명 모집에 단 1명만이 지원한 반면, 정신건강의학과는 5명 모집에 12명, 피부과는 6명 모집에 9명, 영상의학과는 12명 모집에 22명이 지원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는 의사 단체의 주장은 이번 간호법 파동으로 불거진 PA(진료 보조)간호사 문제로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의사들을 대신해 수술실에서 대리 수술을 하는 간호사들로 알려진 이들 PA간호사 수는 전국에 1만여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의료법을 위반하며 `불법 대리 수술'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물론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의사 단체의 반대로 지난 2006년부터 우리나라 의과대학 정원을 3058명으로 17년째 동결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의사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감축한 것인데 지금까지 단 1명도 늘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작 환자 생명을 걸고 땀을 흘려야하는 수술실에서는 의사 대신 간호사들이 매스를 들고 대리 수술을 하는 지경에 처했다.

간호법 파동으로 불거진 PA간호사 문제로 코너에 몰린 의사단체가 이번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한풀 꺾인 모습이다. 완강하게 거부하던 종전과는 달리 이번엔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협상테이블에 1일 마주 앉기로 했기 때문이다. 간호법 파동으로 PA간호사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불거진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이제서야 공론화하면서 해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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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사람이인내심이없네 2023-05-30 08:54:37
다른나라서 최소 3주서 6개월도 기다리는 전문의 보는데 1시간 기다린다고 의대정원을 늘리자니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