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행복 리유저블(reusable)
불편한 행복 리유저블(reusable)
  • 안지혜 청주시 용암2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승인 2023.05.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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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안지혜 청주시 용암2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안지혜 청주시 용암2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육지동물, 해양 동물 가리지 않고 동물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전국의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요즘 미디어를 통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동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생태계 파괴의 주된 원인 중에 하나로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사용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를 손꼽을 수 있다. 특히 전체 해양 쓰레기의 약 75%가 플라스틱이 차지할 정도로 바다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다로 유입되어 해양 동물들이 먹이로 착각해 먹었다가 죽게 되고, 죽은 동물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찬 모습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반성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절실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배달문화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 배달음식은 대부분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회용 수저 대신 일반 수저를 사용하거나 재활용 쓰레기를 잘 분리해서 버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실제로 한국에서 한 해 동안 사용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은 53억 개로 일렬로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1.5배나 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긴 하지만 전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하는 것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수 없다.

나 또한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카페를 갈 때 텀블러를 가져가지도 않고 종이 빨대에 대해 불편하다며 불평만 하고 있었으며 혼자서만 변한다고 플라스틱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안도감으로 지금까지 방관만 하고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 혼자만 플라스틱 저감을 실천한다고 해서 환경오염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 않는 방관자 효과 때문에 문제가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편하겠지만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올해부터 청주시도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CGV 등 3곳의 영화관과 협약하여 에코 시네마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한다. 영화관 매점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다회용 컵을 선택하면 보증금을 지불한 뒤 영화관 반납함에 넣어 보증금을 돌려받는 형식이다.

제주도 소재 스타벅스에서는 이미 21년도부터 다회용 컵이나 텀블러로만 음료를 판매하고 있으며, 구입한 다회용 컵은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고 있다. 지난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처음 다회용 컵을 사용해 봤는데 처음엔 불편하다는 생각했으나 막상 공항에서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니, 아주 작은 실천이었지만 나와 이 다회용 컵 반납기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로 인해 환경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지면서 청주나 다른 지역도 이 정책을 시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마음이 생겼다.

이러한 보증금 정책이 불편하고 쓸모없는 정책이라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실천해 본다면 자신의 작은 실천에 굉장한 보람을 느끼리라고 생각하며 모두 함께 리유저블(reusable)이라는 불편한 행복을 누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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