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동행(師弟同行)
사제동행(師弟同行)
  • 강석범 청주복대중학교 교감
  • 승인 2023.05.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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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복대중학교 교감
강석범 청주복대중학교 교감

 

정말 오랜만에 학생들을 데리고 간부 수련회에 왔다. 오전수업을 마치고 버스에 오를 때 만 해도, 그리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막상 산 중턱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수련원에 도착한 순간 앞산을 바라보며 “야~ 멋지다, 예술이다~” 라고 감탄사가 나온다.

산 중턱에서 바라본 앞산은 내 눈높이에서 그리 높지 않다. 언 듯 보면 수평의 소실점(원근 효과에 의해 마치 저 끝 한 점에서 눈높이가 만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갖고 있다.

옛 화원들이 이런 풍경을 평원과 심원법(앞산에서 산 뒤를 굽어보는 것, 겹친 산세를 표현할 때 쓰는 기법)으로 그렸으리라~ 하늘과 맞닿은 산봉우리의 능선은 마치 드로잉으로 연결된 듯 실루엣이 정확하다. 가까운 산들은 둔탁하고 묵직한 녹, 갈색을 자랑하고, 저 멀리 봉우리들은 마치 하얀색 파스텔을 섞은 밝은 파랑으로 자기만의 경계를 뽐내고 있다.

공기도 참 좋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내게 주는 자연의 축복은 역시 맑은 공기다. 가슴속 깊이 큰 숨을 들이켜본다. 맛있다. 나이 들면서 언젠가부터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참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원에 심어있는 나무들과 달리 산속 나무들은 이리저리 삐쭉삐쭉 섞여 있지만, 능선을 타고 자연스레 드로잉 선을 만들어내는 데 서로 힘을 모은다.

각자 자신을 한껏 뽐내면서도 전체의 큰 틀을 흩트리지 않는다.

그게 바로 자연의 힘이다.

이렇게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고 있을 땐 늘 혼잣말로 중얼거리곤 한다.“이게 예술이지 뭐가 예술이래? 이렇게 멋진 자연 앞에서 내가 무슨 예술가라고….” 하하하

그래도, 우린 또 나만의 멋진 작품들을 들고 `예봄갤러리'로 나왔습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내가 눈으로 보는 만큼, 또는 마음으로 느낀 만큼의 시선을 화폭에 담고, 또 열심히 손으로 빚어 만들었습니다.

내가 수련회 장소에서 바라본 것처럼 먼 산의 풍경도 있고, 무심천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풍경도 보입니다. 때론 일기에 몰래 적어본 내 마음을, 끄적끄적 그림으로 그려도 보았습니다. 귀여운 자화상 뒤에 무시무시한 사자가 서 있네요? 예쁜 반려견도 보입니다. 자줏빛 목련꽃의 눈부신 찰나를 어느 유치원 선생님께서 맑은 수채화로 담았네요~. 내가 아는 원로 선생님께서는 오래된 화구와 붓의 먼지를 털고 캔버스 가득 유화물감을 정성스레 칠해보았답니다. 또 아이들이 쑥스럽고 부끄러워 내보이지 못하는 그림을 지도교사 선생님께서 어르고 달래가며 열심히 마무리했답니다.

뭐가 근사한지는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겠죠? 혹 멋지지 않으면 또 어떻습니까?

전시장도 참 프로답습니다. 널따란 공간과 훌쩍 높은 전고를 갖췄습니다. 높은 전고 덕에 그림을 꼭꼭 채워도 시선에서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무리 그림을 걸고, 온종일 그림에 어울리는 조명을 맞추느라 그 또한 수고를 많이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시장을 깔끔히 청소하고 작품들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와~ 작품들이 정말 근사합니다. 2023.5.9.~5.19일까지 자신 있게 여러분 모두를 예봄갤러리(충북교육문화원) `봄의 향연'으로 초대합니다. 이렇게 멋지고 정성스런 작품을 또 어데서 다시 볼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사제동행(師弟同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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