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까지 파고든 마약
일상까지 파고든 마약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3.04.3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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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대한민국이 마약 사각지대에 놓였다.

마약이 우리 일상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 지가 이미 오래전이지만 최근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 그 심각성은 이미 경고단계를 넘어섰다.

과거 연예인과 사회 지도층 자녀들의 마약 투약 사건이 언론보도를 장식했지만 이제는 일반을 뛰어넘어 10대 청소년에게까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서울 강남가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보면 자녀를 둔 부모로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죽하면 노파심에 초등생 자녀에게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나 과자를 절대 먹으면 큰일 난다”며 엄포 아닌 엄포까지 놓을까.

14세 중학생이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집으로 배달시켜 투약한 뒤 실신한 사건을 보면 까무러칠 정도다. 그만큼 마약은 이미 도처에 뿌리내리고 있다.

데이터가 이를 객관적으로 방증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만든 지난해 12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지난 한 해 10대 마약류 사범은 481명이다. 15세 미만도 41명이나 된다. 2018년 14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넘는 수치다.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 부의장(청주상당)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도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2387명 중 10대는 294명(2.4%)으로 집계됐다.

2018년 검거된 마약사범 8107명 중 10대가 104명(1.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이 1.5배로 늘어난 데 비하면 증가 폭이 컸다.

충북도 마약 청정지대가 아니다.

올해 1~2월 도내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54명으로 전년 동기 29명 대비 약 86.2% 증가했다.

지난해 도내 마약사범은 526명으로 전년도 370명 대비 42.1% 늘어났고 이 가운데 청소년(10~20대) 마약사범은 2021년 88명에서 2022년 139명으로 증가했다.

10대 마약사범의 증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마약 구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속칭 `던지기 수법'을 통해 손에 마약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SNS를 통하면 1만~3만원에 5분도 되지 않아 대마(0.1~0.5g)나 필로폰 1회 투약분(0.03~0.05g)을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반입된 마약을 전달할 때 주로 `던지기 수법'을 사용한다.

텔레그램·다크웹 등 SNS를 통해 접촉한 구매자가 비트코인 등 전자화폐로 입금하면 마약 숨겨 둔 장소(좌표)를 넘겨준다. 구매자는 이 좌표에 적힌 주소 등에서 마약을 가져간다.

실제 최근 청주상당경찰서에 붙잡힌 중국 마약 밀수조직의 국내 총책과 판매책도 이런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마약을 텔레그램 등을 통해 판매했는데 주로 원룸 단지 청소함이나 창틀 사이, 담장 틈 등에 숨겨놓고 구매 희망자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마약에 가장 잘 통한다. 그만큼 마약은 한 번 맛을 보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특히 뇌 발달이 완전하지 않은 청소년은 더욱 그렇다. 마약이 우리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 가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나서야 한다. 무너진 경각심을 다시 일깨우고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마약과의 전쟁을 내놓은 정부의 `종합대책'에 국민 전체가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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