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어색해지지 않도록
인사가 어색해지지 않도록
  • 김두영 청주시 흥덕구 행정지원 주무관
  • 승인 2023.04.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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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청주시 흥덕구 행정지원 주무관
김두영 청주시 흥덕구 행정지원 주무관

 

“안녕하세요? 행정지원과 김두영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현직 공무원인 내가 하루에도 적게는 몇 통에서 많게는 수십 통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가장 처음 하는 말이다. 공무원으로 일을 처음 시작하면서 나를 이끌어준 선배들은 청사 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꼭 인사를 하라고 말씀을 해주곤 하셨다. 처음에는 `날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으로 인사를 하지 않고 어색하게 지나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여러 업무를 겪어보니 선배들이 말했던 인사의 중요성을 점점 더 깨닫게 됐다.

일과시간 중 마주하는 민원인들에게는 으레 인사를 하게 된다. 내가 먼저 건넨 인사를 받아주고 나에게 화답을 해주는 민원인을 만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민원을 해결한 뒤에도 `더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다른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라고 말하는 등 소위 말하는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사를 해도 무시하고 반말로 일관하거나 서류를 툭툭 던지는 민원인에게는 나 또한 별다른 대꾸 없이 민원만 얼른 해결해주고 돌려보내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는 민원인을 응대할 때뿐만 아니라 공무원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다른 부서와 업무 협의를 위해 전화 통화를 하면서 어느 부서에서 일하는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불쑥 용건만 툭 던지는 경우도 있고, 사무실에서 서로 마주치는 상황에서 먼저 인사를 하더라도 일부러 고개를 푹 숙이고 모르는 척 지나가거나 오히려 인사를 받은 상대방이 어쩔 줄 몰라하며 그 자리를 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직장인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자주 올라오곤 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입으로 들어오는 MZ세대들은 선배들을 보고 인사를 안 한다며, 인사를 안하는 것을 세대차이에서 오는 문제라고 방점을 찍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결론은 상급자는 인사를 받는 입장, 하급자는 인사를 하는 입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인사는 하급자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행위가 된다.

상급자는 인사를 받기만 하면 되지만 하급자는 언제, 어떻게 인사를 할지, 상대방에 내 인사를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사는 이렇게 이분법적인 사고로 볼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첫 번째 고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 한마디다. 혹자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주입식 교육에 의한 단순한 인사치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사가 갖고 있는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인사를 잘한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게 건네는 짧은 인사가 쌓여 유대감과 신뢰, 상대에 대한 평판으로 드러나게 된다. 인사는 이렇게 나 자신의 신뢰와 평판을 만들어가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도구인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강요할 순 없지만, 여러 사람과 두루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 인사가 어색해지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먼저 건네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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