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耳順)에 갖는 용기
이순(耳順)에 갖는 용기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3.04.16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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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김일복 시인
김일복 시인

 

나는 내가 재미없다. 하루를 보내는 것도 꼭 숙제하듯 한다. 오래전에도 이런 적이 있다. 그때도 많은 시간을 술로 보냈다. 버티다 버티는 것이 힘들어지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주말에는 산을 찾았다. 산바람이 내 살갗을 시리도록 찢어놓았다. 지금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살아온 삶이나 살아갈 삶을 생각해도 마치 산나물 비빔밥 같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으면 숨이 벅차올라 힘들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 먼 산야를 보면 마음이 씻기는 듯하고 새로운 에너지와 용기가 생긴다.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다.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도록 진정한 용기를 내어 본 적 있던가?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용기, 머뭇거리지 않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계산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나를 용서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또한 의미와 가치 있는 일에 용기를 내 본 적이 있는가? 살면서 간절하게 기도해 본 적이 있는가?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에 미치도록 열정을 쏟아부은 적이 있던가? 목숨을 걸 정도로 자신에게 대항한 적이 있던가?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신께 감사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내가 잘해서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살아온 삶이 어설픈 1막이었다면 지금 용기를 내보자. 1막이든 2막이든 잊어버리고 꿈 너머 꿈을 꾸자. 지난 온 삶이 두렵고 흔들렸던 건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다. 시간에 휘둘리고, 사람에게 휘둘리고 버티며 살았다. 몰라서 모르는 것이라 무방비였다. 속상한 것 없다. 이제 1막의 깨우침으로 나를 믿고 나로서 내가 되기 위해 꿈 너머 꿈을 갖자.

용기는 힘들 때 갖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내는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생을 빛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성숙한 3막을 위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내는 용기가 아닐까 싶다. 과거는 지난 것이 아니라 현재다. 흘러간 과거의 순간도 현재다. 그 현재를 용기로 다시 살아보자.

3막을 제대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얻는 것이 아니다. 작금의 불확실한 시대에 버티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안은 끊이지 않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버티는 힘이야말로 내 삶을 다독이며 견디는 용기를 준다. 버티는 힘은 꿈 너머 3막을 살아가야 하는 기쁨이다.

당당하게 일하자. 일이란 존재를 인식하게 하며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 사십이면 사십답게 생각하고 육십이면 육십답게 생각하자. 사는데, 나이가 뭐 중요할까? 인생 살기 나름이다. 1막의 경험이 얼마나 시리고 아픈지 알고 있지 않은가? 인생 개, 코 아니면 뭘까? 그러니 가장 아름답고 살아있는 노래를 만들자.

한때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닥에서 일어서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했다. 찬밥 한 덩어리를 놓고 고군분투했던 기억을 산(山)은 알고 있다. 끝나지 않은 것이 있어서 기억하는 거다. 그 기억은 꿈 너머 3막으로 가는 용기가 되었다. 따라서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만 하지 말고 반드시 용기를 챙겨야 한다. 머뭇거리다가는 말년이 힘들어질 것이다. 현실을 자각하고 더욱 단단한 용기를 갖는다.

노동시장은 급변하고 100세 시대에 걸맞게 노인 중심 사회가 되고 있다. 이순(耳順)의 나이 정도면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어야겠다. 그러니 꿈 너머 3막의 꿈은 이순(耳順)의 나이에 충분히 해 낼 수 있지 않은가? 의미 있는 일에 용기를 갖고 사람과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은 지금 내가 할 일이요. 우리가 사는 이유겠다. 내가 나로 되는 첫발을 떼게 한다. 멋지게 시작하자. 죽음을 준비하는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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