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4시에 퇴근해야 한다
우리는 4시에 퇴근해야 한다
  • 한지혜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 승인 2023.04.06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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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한지혜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한지혜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어차피 직장을 그만두진 않을 거니 복직해야 한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내 아이를 어디에 어떻게 맡기냐는 거였는데 마음에서 정한 복직날짜가 다가오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이 되었다.

어린이집 학대와 관련된 자극적인 기사를 보고도 갓 돌 지난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길 수 없어 결국 우리 가족은 친정 곁으로 이사를 했다. 엄마에겐 죄송한 일이지만 내가 마음 놓고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 때까지 엄마가 종일 봐주시기로 했다. 그때 내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정말 너무너무 부럽다”고.

그 후 나는 복직을 했고 워킹맘으로서의 하루는 고되고 길었지만 그때마다 친구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그래도 난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어 다행이다. 나보다 더 여건이 좋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그나마 이게 나은 거라고 하니 힘내보자.

근데 솔직히 힘들다. 이게 이렇게 노력에 노력을 해야만 하는 일일까. 이러니 다들 아기를 안 낳지. 인터넷만 들어가도 출산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인데 실제 낳고 키우는 사람으로서 양쪽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는 요즘이다.

출산을 장려한다고 쏟아지는 시책을 보면 대체로 출산을 하면 얼마만큼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식의 정책이 많다.

최근엔 아동수당을 대폭 늘려서 아이가 만 18세까지 월 1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만 하면 정말 출산율이 높아질까? 내 대답은 “아니오”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다. 지금 `9 to 6'의 공식은 철저하게 성인의 관점에서 맞춰진 근무환경이다. 아이들은 대체로 오후 8~9시면 잠자리에 든다. 엄마, 아빠가 6시에 칼퇴해서 자녀를 만나도 저녁 먹고 씻기면 내 아이와 마음 편하게 놀아줄 시간도 없이 재워야 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낳게 하고 싶다면 이 사회가 아이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 어린이집 종일반에서 늦게까지 아이를 맡아줄 테니 낳으라고만 하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 어린이집 선생님도 결국 어느 아이의 엄마이고 아빠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4시에는 퇴근을 해야 한다. 퇴근하고 장을 보고 아이와 함께 먹을 밥을 짓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놀아주며 씻기고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고 기분좋게 잠자리에 드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아이에게 선물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모두가 바라고 꿈꾸는 삶이 아닌가.

지금은 저녁에나 겨우 만난 엄마와 더 놀고 싶어하는 내 어린 딸아이에게 어서 자라고 재촉하는 엄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면 둘째는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줄 자신이 없어서 낳을 수가 없다.

아이 하나를 길러내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심지어 출산율 저하가 사회적 이슈가 된 시점에서 종전처럼 개개인의 노력과 희생을 강요해서는 더더욱 해결할 수 없다. 아이는 모두 함께 키워야 한다. 엄마, 아빠만 열심히 키우는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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