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도 눈멀어
카메라도 눈멀어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3.04.0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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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박병원 시집 <카메라도 눈멀어>는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세상 바람맞으며」, 2부 「텃밭을 가꾸며」, 3부 「아우라를 찾아서」, 4부 「삶을 곱씹으며」 등으로 81편의 시를 담았다.

박 시인은 생각을 문자로 그려내는 일은 설렘과 두려움의 연속이기에 `시 뭣고'를 화두 삼아 정진하며 오롯이 문자의 향기를 피우는 삶에 끊임없이 소통한다고 했다.

시인은 변해가는 자연과 마주하면서 속에 말을 꺼냈고 그 자연을 문인화로 그리고 사진에 담았다.

표제작 <카메라도 눈멀어> 작품은 3부 여섯 번째 수록된 작품이다.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삶을 영위한다. 새로움에 도전하며 좌절도 맛보면서 각자의 인생을 숙성시키고 있다. 세상이라는 벽 앞에 넘지 못할 산은 없다. 네팔의 설산을 담기 위해 출사 한 과정에서 겪은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시인의 꾸미지 않는 절박함과 진솔한 심정을 개관적 상관물인 카메라에 투영하였다.

「시샘」 작품은 1부 첫 번째 작이다. 시인은 세상을 물과 같이 살고픈 교시 적 마음을 담았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과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와 흙탕물까지도 받아주는 포용력이 있기에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융통성을 발휘한다. 그리고 장엄한 폭포처럼 투신하는 용기와 바위도 뚫는 인내와 끈기로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를 행한다. 수많은 거짓이 바닷물 같이 넘실대는 세상에 시인은 참물(眞水)이 되어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시인의 참다운 내면의 삶이 `시샘'에 함축되어 있다. 겸허한 고백이 마음을 흔든다.

「텃밭을 가꾸며」 작품은 2부 네 번째 수록된 시다. 시인이 텃밭을 가꾸면서 체득한 심정을 시적 형상화로 표출하였다. 시인은 잡초를 탓하기보다는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인간과 자연은 순리에 따라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시적 형상화하였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의 세계다.

「설원의 묵향」 작품은 3부 첫 번째 수록된 시다. 사진작가로, 서예가로, 문인화가로 자연이 만들어 놓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찾아 세상을 여행하며 느낀 작품이다. 자연이 그려놓은 설원을 바라보며 바람에 휘날리는 눈의 향기에서 묵향을 떠올린다.

시인은 서예와 문인화의 대가다.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대한민국문인화대전 초대작가로 한국문인화협회 자문위원으로 그 아우라가 남다르다. 시인은 서예가와 화가의 눈으로 설원을 바라본다. 시인은 바람에 변하는 설원의 풍경을 눈에 보이듯 이미지를 경이롭게 표출해내고 있다.

「조개의 아픔은 둥글다」 작품은 4부 여덟 번째 수록된 시다. 글로벌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이 다변화되고 가치관의 혼돈 속에 살아간다. 수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시인은 그 아픔의 상처마저도 둥글게 새로운 가치관으로 만든다.

시집 <카메라도 눈멀어> 속 작품은 시인이 자연과 사물을 만나 인간성 회복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유를 문학으로 풀어 놓았다. 인간성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다행한 것은 아무리 물질이 변해가도 인간의 원형은 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박병원 시인은 시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 삶의 본질을 고뇌한다. 시를 감상하는 동안 시인의 진솔한 삶의 고백과 성찰이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박병원 시인의 덧칠되지 않은 삶의 수묵화에 매료되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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