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날
다시 봄날
  • 이창옥 수필가
  • 승인 2023.03.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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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창옥 수필가
이창옥 수필가

 

봄의 빗장이 열리면 그때부터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온몸의 세포들도 설렘으로 움찔거리며 다시 새봄을 맞이할 준비로 긴장한다.

어디 그런 설렘과 긴장감이 나뿐이랴. 아마 봄을 기다리고 있던 모두가 그럴 것이다.

겨우내 웅크려 있던 사람들도 그럴 터이고 동토의 어둠을 건너온 대지는 몸을 풀며 들썩이고 있을 것이다.

아직 바람 속에는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함이 남아있지만 분명한건 봄바람이 따스한 온기로 봄의 영역을 넓히고 있을 것이다.

나도 옷장에서 하늘거리는 꽃무늬 원피스를 꺼내 입어 보기도 하고 햇살이 좋은 베란다에 나가 창문을 열어 심호흡을 하며 봄이 어디쯤 왔는지 가늠해본다.

나에게 봄은 호기심의 계절이다. 주변을 살피느라 눈이 바쁘고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며 목운동도 많이 해야 되는 날들이기도 하다. 나무의 가지들을 바라보며 꽃눈이 얼마나 부풀어 올랐는지 혹시 얼어버린 것은 없는지 살펴보고 또 살펴본다.

봄은 연두의 계절이다. 땅속에서 뾰족 고개를 내밀고 돋아나는 새싹들을 가만 들여다보라. 그리고 가냘프고 여린 연둣빛 새싹의 미세한 떨림에도 귀 기울여보라. 춥고 매서운 긴 겨울을 이겨낸 지혜와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어두운 터널에 갇혀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려운 삶의 굴레도 새싹이 돋아나는 봄에는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새싹이 돋고 바람에 온기가 실리면 사람들도 그제야 움츠렸던 어깨를 펼친다. 봄은 모두에게 희망이 속삭이는 계절이다.

농막 쉬어家는 바람 골이라 봄이 한발 더디 찾아오는 곳이다.

농막에는 봄이 얼마나 찾아왔을까 궁금해 들뜬 마음으로 쉬어가를 찾았다. 겨우내 얼어버릴까 막아두었던 수도를 열어 물을 순환시키고 보일러를 돌려 농막 안에 갇혀있던 냉기를 몰아냈다.

밖으로 나와 꽃길을 살피고 나무들을 둘러보며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을 버텨준 쉬어가의 모든 것들에게서 아름답게 펼쳐질 봄날의 향연을 본다.

갈퀴를 들고 꽃밭과 언덕의 묵은 검불들을 걷어냈다. 새싹들이 무거운 흙을 들어 올리고 자라나 반갑게 맞이한다.

언덕위의 벚나무도 매화나무도 조팝나무도 꽃눈을 참 많이도 달았다.

얼마 후면 벚나무 아래 원두막에서 꽃눈깨비 흩날리는 봄날을 만끽 할 수 있으리라.

봄이 다른 계절보다 유독 더 설레는 이유는 자연이나 사람이나 희망의 씨앗을 돋게 해줘서 일게다.

쉽사리 물러날 것 같지 않던 겨울의 매서운 바람도 따스한 봄바람 앞에서는 자리를 양보하고 물러가지 않던가.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코로나에 시달리고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치솟는 물가 때문에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휘청거리며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추운겨울을 이겨내고 새싹 돋아나는 봄날이 다시 돌아 왔듯이 이봄에는 모두에게 희망이 솟아나기를 바라고 또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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