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커피
편하게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커피
  •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 승인 2022.12.15 1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치원역 앞 `더비'

 

조치원은 조선 영조때까지는 청주목 관할이었다. 본래 원(院)이라 함은 조선시대 공무로 다니는 관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기 위해 역(驛)과 역 사이에 설치한 일종의 숙박시설이 있던 곳이다. 이후 1914년 연기현 북면 조치원리가 되었고 1931년 읍으로 승격되었다. 현재 철원읍, 강경읍과 함께 가장 오래된 읍중 하나로 전한다.

2012년에는 연기군이 해체되고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였다.

현재 세종시의 북쪽 관문이 된 조치원역은 1905년 경부선 보통역으로 출발, 1958년 봉양을 잇는 충북선 개통으로 중앙선을 이어주는 교통 요충지가 되었다. 1923년 준공한 붉은 벽돌의 구 역사(舊 驛舍)는 1999년 `새 조(鳥)'를 형상화한 현재의 건물로 탈바꿈하였다.

조치원역 앞, 원두 볶는 `더비'의 주인장은 베이비붐 시기, 현재의 위치에서 태어났다. 어렸을적 어머님 심부름으로 근처 역전다방에 갔을 때 맡아 본 마담들의 은은한 분냄새, 그리고 함께 진하게 풍겨 나오던 콜롬비아 커피향, 그것이 커피와의 첫 만남이었다. 아마 남대문 도깨비시장에서 흘러나온 양철통에 든 분쇄원두인 듯하다.

1985년 즈음 커피숍 `만나'를 개업하였다. 원두로 커피를 탔고, 탁자마다 설탕과 액상프리마를 두었다. 3년 뒤 당시 소형 아파트 한 채 가격인 일천오백만원 짜리 에스프레소 기계를 비치한, 늘 클래식음악이 흐르는 전문 커피숍 `모카디아(Mokadia)'를 개업하였다. 삽시간에 청주는 물론 전국으로 유명해져서 청주 MBC `정오의 희망곡'을 통해 홍보활동까지 하였다.

2000년이 되면서 드디어 그간의 커피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의 더비 2층에서 소규모로 직접 로스팅을 하고 그 원두로 드립커피를 내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모친께서 운영하시던 1층 식당까지 통합하여 현재의 전문 로스터리 커피숍, 더비가 탄생하였다.

더비(The_B)의 B는 Barista, Bean, Best의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오전 7시 반이라는 다소 이른 개점시간은 매일 아침 출근하는 공무원, 직장인들중 단골이 많기 때문이다. 9시가 넘으면 동네 단골손님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핫 메뉴중에는 아메리카노와 드립커피를 적절히 배합하여 커피의 쓴맛에 고유의 향이 적절히 배어 있는 일명 `아립커피'도 있다.

그는 평소 가성비 좋은 원두를 잘 볶아서 편안한 맛을 내고자 애쓴다. 이 때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하다 보면 특정 지점에서 감칠 맛 나는 정돈된 커피맛에 도달하게 된다.

한편 원두상태, 분쇄, 내리는 방식, 물맛 못지않게 커피를 마시는 공간, 주인과 손님과의 관계 역시 커피맛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질 때 비로소 손님으로부터 `이 집 커피 맛있네'가 탄성처럼 터져 나오게 된단다.

오래 하다 보니 가까이 있는 대학 신입생으로 인연이 되어, 군대를 거쳐 결혼 후까지 찾아 오는 손님도 있고, 또 손님으로 만나 카페의 알바로 근무하다 창업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단다.

그야말로 조치원의 영향력 있는 동네 터주대감 로스터리 카페인 셈이다.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그의 인생 자체가 고향 조치원의 커피역사이다.

그에게 있어 커피는 결코 어렵거나 고상한 것이 아니다.

그저 `편하게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기품있는 커피'가 곧, 40년 가까운 커피와의 역사가 연륜으로 거듭나는 조치원역앞 로스터리 카페 `The_B'의 주인장 장시용의 커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