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 성장
외상후 성장
  •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 박사)
  • 승인 2022.11.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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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 박사)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 박사)

 

지난 주말 아침 괴산발 지진에 놀라고, 다음 날 아침 믿기지 않은 서울 이태원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충북도민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2014년 4월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8년여 만에 대형 참사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다시 우리를 덮쳤다.



# 집단 트라우마

집단 트라우마(collective tra uma)란 참사를 직접 경험한 사람과 뉴스나 미디어 등을 통해 간접 경험한 사람들이 슬픔과 분노 등 마음의 후유증을 겪는 현상이다.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계속해서 미디어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접할 경우 현장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지면서 피해 당사자들 못지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미 필요한 객관적인 정보를 다 접했을 경우 관련 내용의 미디어 자료 등을 보는 것을 제한함으로 자신을 집단 트라우마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

기억은 마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필름에 옮기듯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 아다. 기억은 당시의 마음 상태와 주위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특히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적인 경험은 쉽게 기억창고에 들어가지 않고 한동안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쳐 기억 속에 자리 잡기도 하고, 오랜 시간 심리적으로 통합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하기에 트라우마로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나 대리적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일반인 모두에게 지금의 기억이 더 아픈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공감과 배려가 필요하다.



# 지혜로운 위로

통상 아픔과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할 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 피해 당사자나 가족들한테는 `나의 아픔을 지금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고 있구나' 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지나친 공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극도로 고통속에 있는 분들 옆에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긴장되고 불안하다. 그러다 보면 그 불안과 긴장을 풀기 위해서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한다. 말이 많아지면 불필요한 말이 함께 나오게 마련이다.

위로를 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이야기를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이 될 때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대신 조용히 옆에 있어 주거나 손을 잡아 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 외상후 성장

스트레스와 외상적 사건이 우리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최윤경교수에 의하면 트라우마 피해자의 2/3는 외상적 경험으로 인해 외상후 성장(post tra umatic growth) 또는 긍정적인 개인적, 사회적 삶의 변화를 경험한다. 외상후 성장은 삶의 위기와 투쟁한 결과 일어난 긍정적 변화 경험으로, 삶에 대한 감사, 더 의미 있는 대인관계, 우선순위의 변화, 더 풍부한 실존적, 영적 삶을 포함한다. 트라우마는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념과 가치를 붕괴시키지만 그런 위기를 극복한 후에는 무너진 신념과 가치를 재건할 수 있고, 그 이전보다 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변화무쌍한 지구촌 위에서 재난 발생에는 선진국과 후진국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재난의 대응에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구분이 있다. 비난과 혐오는 트라우마를 악화시키지만 공감과 위로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성숙된 공감과 위로로 집단 트라우마의 고통을 극복하고 차분하게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병폐를 하나하나 바로잡아가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의 외상후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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