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라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10.31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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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참담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154명의 꽃 같은 젊은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이제 막 학교 제도에서 벗어나 날개를 펴고 사회에 발을 들여놓을 나이인 10대 20대 청춘들이다.

좁은 골목에 콩나물시루처럼 박힌 사람들의 모습과 사람에 밀리고 밀리다 끝내 목숨을 잃은 현장의 모습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비규환의 이태원 현장이 생생하게 안방까지 전달되면서 안전을 그토록 외친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찍은 영상에서도 `이러다 사고 나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실제 사고 발생 한 시간 전에 신고 전화도 접수됐다고 한다. 아무리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고 하지만 사고 발생 가능성에 귀를 기울이고 기민하게 대처했다면 대형 사고는 막을 수 있었던 인재 사고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좁은 골목과 통행의 방향을 지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핼러윈 축제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고, 매년 대규모로 진행된 축제의 연속 선상으로 봤을 때 철저한 통제만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공간이 문제라기보다는 대응에 문제가 컸던 것이다.

실제 행사가 있기 전, 경찰은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10만 명 이상 몰릴 것이라고 자체 추산 인원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경찰 투입 인원은 137명에 불과했다니 안전 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사고 현장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고 했지만, 이태원 참사를 접하는 책임자들의 태도는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다. 국민 안전을 책임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가 경찰 배치를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인원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말로 국민적 분노를 샀다.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장관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안이하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이런 와중에 사고 원인을 참가자들에게 돌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움도 감출 수 없다. 경찰은 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최초 사고 경위가 불명확한 만큼 신고자나 목격자, 주변 업소 관계자의 진술 CCTV를 토대로 사고의 발단이 무엇인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고의 원인을 찾고 방지책을 만들어야겠지만 사고 원인을 참가자들에게 돌려선 안 된다. 누가 밀기 시작했는지를 영상으로 범인을 색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들은 축제를 즐기러 거리로 나온 시민일 뿐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가운데 축제를 즐기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거대한 물결이 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가져왔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영상 검색이라면 상처는 더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분명히 규명해야 하지만 그것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왔던 시민의 책임으로 전가돼선 안 된다. 왜 핼러윈 축제냐고 탓하는 사람도 많지만, 문화를 즐기려는 하나의 행사였을 뿐 사고가 난 장소는 대한민국 한복판이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온 그들은 우리 모두의 아들이고 딸이다. 사고의 책임을 묻기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란 보도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믿기지 않는다. 날벼락 같은 현실에 오열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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