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미의 여정
일개미의 여정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2.09.0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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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한 낮의 집 마당이다.

가득 쏟아 내리는 볕을 머리에 이고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순간 무엇엔가 시선이 고정되고 말았다. 작은 개미 한 마리의 부산한 움직임 때문이다.

외로운 사투라고 해야 하나, 제 몸의 덩치보다 몇 배나 큰 물체를 옮기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무거워서 잠시 쉬었다가 또 다시 낑낑대며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란 영락없이 사람과도 같았다. 나도 모르게 영차 소리를 토해 낼 뻔 했으니 어쩌면 좋으랴.

자리를 뜨지 않고 한참을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개미들의 생태를 떠올려 보았다. 지금 내가 관찰하고 있는 개미는 일개임이 분명해서다.

여왕개미는 어디엔가 자리를 굳힌 채 병정개미와 일개미들의 호위를 받으며 있으리라 짐작이 간다.

작은 곤충이지만 그 영역에서 각자의 일 분담과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감당해가는 절도를 본 셈이다.

그날은 그렇게 한 낮이 흘러갔다. 그런데 하루 일과가 맞물려가는 지점에서까지 내내 일개미의 여정이 머릿속을 궁금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일개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푸념이 가슴 밑바닥에 채워져 있었나 보다.

그동안 고단 했던 내 작은 육신이 잠시라도 위로받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벗어나기 힘든 삶의 현장에서 토해내는 미세한 독백이 이어지고 있었던 걸까.

결혼해서 지금껏 수 십 년을 자영업이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라는 난제와 물가상승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가족체재로 운영을 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남편과 함께 나이로 보아서 은퇴란 말이 무색치가 않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자영업의 특색이라고들 한다. 그런 면에서는 또 다르게 일터에 대한 감사를 쏟아내기 일쑤다.

그러다가도 어쩔 수 없이 틈새로 밀려드는 피로감은 제어하기가 힘든 편이다.

자식들도 모두 출가시키고 마음 가벼운 시간에 이르렀다.

한편으로는 편안한 기분도 든다. 아직은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지만 그 편안함을 더욱 충족시키기 위한 자구책이라며 합당한 논리를 펼 때가 많다.

심신만 건강하면 조금 더 감당해갈 수 있다며 주변사람들이 독려를 해 올 때는 나도 모르게 새로운 에너지가 솟으니 참 이상도 하다.

그렇다. 나는 일개미였다. 세상 밖으로 나와서 항상 먹잇감을 날라야 하는 그런 입장이었다.

일개미에게도 상리공생이 있기에 저리 부지런할 터이다.

그 과정은 내 삶과 너무도 비슷했다. 외롭고 힘겹다 느낀 나날 속에는 확실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가족이라는 틀, 엄마의 길을 메워가기 위한 절대적인 소명 아래 서야만 했기에 가능했으리라. 그것은 어떤 조건을 나누기보다 내 앞에 놓인 무게를 감당해야 할 사랑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돌아보니 나 아닌 모든 사람들도 그런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보았다. 끊임없이 내안에서 생성되는 어떤 힘을 보았다.

저리 작은 허리로 큰 먹이를 옮겨가는 개미에게서 부지런한 철학을 내 것 인양 가슴속에 가두어두기로 한 것이다.

단순하다 여겨도 개의치 않으려 한다. 등 뒤의 짐이 무겁다 느껴질 때마다 일개미들의 여정을 떠올리면서 다시 일어나는 자세를 배우기 때문이다.

쉬기를 반복하며 짐을 옮기던 개미는 지금 어디쯤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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