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처에서 만나는 모든 우영우
우리 근처에서 만나는 모든 우영우
  •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 승인 2022.08.17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퇴근 후 드라마 한 편은 일상의 힐링이다. 아슬아슬 이어지는 이야기를 애태우며 기다리는 맛에 드라마는 무조건 본방을 사수한다.

매일 밤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 목숨을 구한 천일야화의 샤흐라자드는 드라마 시청율의 비밀을 진작에 간파했던 것이리라. 물론 하던 일도 멈추고 퇴근길을 서두르게 하는 드라마를 자주 만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조차 보기 힘들었던 80년대 국민 드라마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식당이나 카페 옆자리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등장인물들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요즘 나의 본방 사수 드라마이기도 하다.

한 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 천재적 기억력과 동시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는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형 로펌의 인턴 변호사가 되지만 사회성이 부족하고 감정표현이 서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일들이 우영우에게는 낯설고 어렵다. 회전문을 통과하는 것도 어렵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대화를 지속하는 것도 힘들다.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하며 대화를 나누는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우영우가 하는 행동과 말은 예측하기 어렵다.

현이도 그랬다. 교사 시절, 우리 반 현이는 우영우와 닮은 구석이 많은 친구였다. 사회적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높은 지능을 지닌 현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였다.

현이는 수학과 역사 과목에서 탁월함을 보였고 특히 전쟁사와 전투기에 관해 해박했다. 규칙을 어기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했고 때로 사람들의 시선을 자기를 향한 공격으로 여겼다. 소리에 아주 예민했던 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과 싸우기가 일쑤였다. 점심시간, 청소 시간에 아이들이 웃고 장난치고 이야기하는 소리에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현이와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이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한 뼘 자랐다.

그 시절, 반 아이들과 함께 본 영화가 떠오른다. 영화 `지상의 별처럼'에서 인도의 작은 마을에 사는 8살 이샨의 눈에는 물고기가 친구로 보이고 책 속의 글자와 숫자들이 눈앞에서 날아다닌다.

이샨은 엉뚱한 상상력 때문에 친구들에게는 왕따였고, 어른들한테는 글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문제아로 여겨졌다. 이샨에게 난독증이 있음을 알아차린 것은 미술선생님 니쿰브다. 이샨의 장애를 가능성으로 바꾸고 이샨에게서 별처럼 빛나는 능력을 발견하는 니쿰브 선생님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라고 말한다. 하나의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기 전에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것이다.

장애는 결여가 아니라 `다름'이다.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소수자들 또한 평균의 모습이 아닐 뿐,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다.

드라마 속 우영우는 빙글빙글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뱅그르르 돌아 제 자리로 돌아오기 일쑤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우영우에게는 쿵짝짝 쿵짝짝 리듬을 맞춰봐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박자를 맞추며 그 너머로 나아가려 시도한다.

비단 우영우 뿐이겠는가? 모든 아이들이 그렇다. 해보지 않아 어려운 세계로 조심스럽게 한 발씩 내딛으며 사랑도 인생도 그렇게 배운다. 드라마는 현이를 생각나게 하고 우리 근처에서 만나는 모든 우영우를 떠올리게 한다. 우영우는 현이이기도 하고 조금씩 시도하며 성장해가는 많은 아이들이기도 하다. 우영우는 다름을 대하는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앞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질문을 던진다. 이제 우리는 우영우를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답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