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한 지방대학 시대
요원한 지방대학 시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07.13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서러운 세상. 가진 것 없어 서럽고, 못 배워서 서럽고, 나이 먹어 서럽다.

때론 가진 것 없으니 도둑맞을 일 없다고, 배움이 짧으니 청문회 나갈 일 없다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요즘은 지방에 사는 것도 어깨가 처진다.

서울, 경기 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면 비수도권, 즉 지방사람이다. 지방 대학에 다니면 지잡대(지방 소재의 잡다한 대학)로 부른다. 수도권 대학에 입학해도 지방 출신 학생들을 대입 선발 전형에 따라`벌레 충'(蟲)자를 붙인다. 농어촌 전형이 포함된 기회균형선발전형 합격자는 기균충, 지역균형선발 전형 입학자는 지균충, 사회적배려 대상자 특별전형 입학생은 사배충으로, 편입생은 편충이로 불린다. 같은 대학을 다녀도 같은 대학생이 아니다. 수시와 정시전형에 따라, 본교와 캠퍼스에 따라 성골, 진골로 나누고, 수능 성적과 학교 간판에 따라 일류, 이류, 삼류라는 이름으로 학벌의 벽은 더욱 높아졌다.

최근 지방대학교 총장들이 피켓 시위에 나섰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학과 증원을 검토하는 정부 계획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인력 양성 주문에 수도권 대학 학부 정원을 제한하는 수도권정비 계획법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비수도권 7개 권역 127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지역대학총장협의회는 최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에 수도권을 제외한 9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소재 국·공·사립대 10여곳을 선정해 대학별로 평균 60여명씩 반도체 분야 인력을 양성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전북지역 총장협의회장인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수도권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지역의 대학에 다니는 우리 학생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인구 급감의 시대, 지역 소멸의 시대의 해법은 젊은 정주인구를 보유한 지역의 대학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85번은`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다.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 지역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자율성 및 책무성은 강화하고, 지역 거점대학을 육성해 지역위기 극복 및 지역 맞춤형 인재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고교 졸업생들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역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을 못해 존폐를 걱정하는 처지다.

지방 대학이 소재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간한 정책연구 보고서 `대학교 캠퍼스가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종관)에 따르면 공주대 천안캠퍼스, 중원대 등 2002년 이후 설립한 신규대학(캠퍼스) 9곳을 대상으로 규모 등이 비슷한 대조군 지역과 비교했을 때 노동시장과 지가가 상승했다.

공주대 천안캠퍼스와 중원대의 경우 지가 상승률은 5~10%p 정도였다. 총고용은 대학 설립 2기간 이후(6년 후) 17.3% 증가했다. 3기간 이후(9년 후)에는 효과가 감소했지만 대조군과 비교할 때 13.5% 정도 높은 고용을 보였다. 제조업의 경우 3기간 이후(9년 후) 21.5%의 효과를 보이고, 서비스업의 경우 11.9% 상승했다. 보고서는 지방에 위치한 연구 수준이 높지 않은 작은 대학일지라도 신규로 대학 캠퍼스가 생기고 비교적 교육 수준이 높은 대학생들이 지역으로 유입되면 지역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유입된 청년들은 대도시로 떠날 것이다. 지역 경제는 휘청일 것이고 결국 지역은 소멸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충북대학교에서 주재했다고 해서`지방대학 시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현실화 되지 않는 것만이 `지방대학 시대'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