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국가대표급 산불 방지대책
충북의 국가대표급 산불 방지대책
  • 김연준 충북도 환경산림국장
  • 승인 2022.05.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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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연준 충북도 환경산림국장
김연준 충북도 환경산림국장

 

“아카시아 꽃피면 봄철 산불도 끝난다” 는 말이 있다. 건조한 봄바람을 타고 메마른 낙엽의 바삭거림이 온 천지에 가득하더니, 어느덧 녹음이 우거진 산하에는 아카시아 꽃 향기가 초록빛 나뭇잎과 어우러져 그동안의 산불대응으로 고단한 심신을 회복시켜 준다.

드디어 지난 1월 말부터 가동해 왔던 `2022년 봄철 산불방지 대책 상황실' 운영이 종료됐다. 이와 함께 그동안 발생한 산불 현황을 분석해 보니 최근에 충북도가 총력을 다해 추진했던 다양한 산불방지 시책 덕분에 전국에서 산불이 발생한 횟수가 가장 적었고, 대형 산불도 발생하지 않았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까지 전국적으로 총 517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2만3656ha의 면적을 태웠는데, 이 중 발생 건수만 보더라도 경기 126건, 경북 86건, 경남 61건, 강원 53건, 전북 36건, 전남 35건, 충남 34건이 발생한 데 반해, 충북은 18건(10ha)으로 전국 대비 건수로는 3.48%, 면적으로는 0.04%에 불과했고, 특히 타 시도에 비해 대형 산불이 없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충북도가 추진한 차별화된 국가대표급 시책에 그 답이 있었다.

먼저, 지난해 늦가을부터 시작한 농업부산물 일제 파쇄작업이다. 산과 인접한 밭에서 추수하고 남은 고춧대, 깻대 등 부산물을 태우면서 산불로 옮겨 붙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산불진화대 658명과 파쇄장비 218대를 동원, 총 1863ha의 밭에서 부산물을 파쇄하여 산불발생 원인을 원천 제거하였다.

이와 함께, 전국에서 유일하게 `산불감시원 운영규정'을 개정하여, 보다 적극적인 산불감시 시스템을 정비한 것도 압권이었다. 그동안 산불감시원 제도가 다소 미온적으로 운영되면서 일부 민원이 발생하는 등 부정적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규정 개정을 통해, 우천 시를 비롯한 산불위험이 없는 상황에도 산불감시원에게 산림보호 단속 임무를 부여하여, 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산불감시 업무에 자긍심을 갖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 963명의 산불감시원들이 보여준 적극적인 산불예방 활동이 빛을 발했다.

또한, 대형 임차헬기의 추가 배치는 대형 산불을 막은 일등공신이었다. 당초 1200리터(ℓ)의 소형헬기 2대를 배치했으나, 산불 초동진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자 5000리터(ℓ) 대형헬기 1대를 추가 배치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결과는 충북도 공무원들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이다. 단 한 건의 산불이라도 줄여보고자 상황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PC영상회의를 개최하고, 각종 SNS와 마을방송 등을 통해 불법 소각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주력했다. 더욱이 독립가옥과 사찰, 화목보일러 사용 가구 등 산불에 취약한 가구들을 일일이 방문하여 협조를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주말과 휴일에는 산불방지 특별 기동단속반을 가동시켜 산불원인을 없애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소방공무원과의 긴밀한 협업도 한몫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봄 가뭄이 심해지면서 산불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281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517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10년간(2010~2021) 평균 발생건수 474건보다도 43건이나 많다. 이러한 산불위기 상황에서 충북도가 보여준 차별화된 시책은 나름 의미가 크다고 본다. 어떤 유의미한 결과가 있기까지는 그 결과를 이끌어 낸 의미 있는 원인들이 연속된 과정 속에 숱하게 녹아있기 마련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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