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지승 5
대통지승 5
  •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2.04.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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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

 

자팡이 고삐 잡고 그윽한 길 찾아

홀로 배회하며 봄을 즐기네.

소매에 꽃향기 가득 채워 돌아오는데

멀리서 나비는 나를 따라오네.



반갑습니다. 화양계곡이 가까운 이곳 괴산은 진달래, 개나리와 초록 보리가 균형감 있고 조화로운 색으로 봄이 한창입니다.

무문관(無門關)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는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격외도리형 공안인 무문관 제9칙 대통지승(大通智勝) 5입니다.

선어록(禪語錄)인 무문관은 공안의 본칙과 무문 선사께서 이에 대한 평창과 게송을 붙이는 형식으로 되어있는데요. 이는 각각 선가(禪家)의 전통 방식으로 평어와 게송을 붙인 것을 엮은 공안집으로 선가에서는 방장스님이나 조실이 조사어록의 고칙(古則)을 텍스트 삼아 학인들에게 선의 요체를 제기하면서 참구심을 격발시키고자 제창을 붙이기도 합니다. 제창이라 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순한 강의나 설법은 아닙니다.

이는 선을 지도하는 아주 중요한 방식인데 옛 공안은 한 번에 두 세 가지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도 해서 참 뜻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으나 그 상황의 모든 것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무문관 제9칙 대통지승(大通智勝)이라는 공안에서 대통지승지불이 10겁이라는 오랜 세월을 좌선해왔다고 하는 것은 마치 마조 선사가 기와를 만드려 기왓장을 갈고 있었다는 마경대 일화가 연상되기는 하지요. 그러나 이 또한 동적 수행과 정적 수행이라는 이분법적 주제에 집착하게 되어 버라게 된다는 말입니다.

대통지승지불이 10겁이나 되는 오랜 시간 동안 도량에서 참선을 했지만 이는 10바라밀을 실천하는 보살도를 수행하여 부처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행은 아니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달리말하면 이미 그는 부처이기 때문에 부처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이분법에 속지 마시고 모든 분들이 각자가 대통지승지불이 되시어 다양한 빛깔의 제창을 한번 지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일상적인 표현방식으로 제창(提唱)해 보는 것도 종횡무진(縱橫無盡)으로 즐겁게 여겨질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마치고 다음 시간에는 지금 여기 충청 타임즈와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이 어디에 계시든지 무엇을 만나시더라도 지극히 조화롭고 당당한 주인공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10칙 청세고빈(淸稅孤貧)1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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