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이 그리 만만한가?
충북이 그리 만만한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4.0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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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는 정치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시종 현 지사의 3선 연임 제한으로 출마할 수 없는 점이 타 정치인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후보 출마자들 모두가 기득권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뛰어야 하는 선거 여건이 도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무주공산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만큼 충북도지사 선거가 중앙 정치의 관심사가 된 적은 없다. 충북도지사 선거와 후보 출마자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한 이유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이에 따른 작용과 반작용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자, 현 정부의 실세였던 노 전 비서실장의 충북도지사 출마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고, 국민의 힘 측에선 대선 승리 분위기에 편승해 도전해 볼만하다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후보 출마자들의 난립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현재 충북도지사로 출마하겠다는 후보자만 해도 7명이다. 여야 모두 당내 경선에 따라 후보자들도 정리되겠지만, 후보군 중에는 급작스럽게 나타난 인물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새로운(?) 인물들이 갑자기 충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등장하면서 충북도민들이 느끼는 정치 풍향은 한마디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지역과는 무관하게 살았던 정치인들이 실가락지 같은 연고를 내세워 충북을 운운하며 치고 들어오는 모습이 마뜩찮기 때문이다.

이는 대선 기간에 나경원 국회의원이 충북을 연고로 충북도지사에 출마할 것처럼 띄우며 충북도민들의 표를 호소한 것도 그런 맥락에 닿아있다. 이혜훈 전 국회의원은 뜬금없이 충북도지사 출사표를 던져 도민들을 황당하게 했다. 서울 강남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가 갑자기 충북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며 IT와 BT 메카 충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역 출신도 아니고 유년 시절 잠시 제천에서 살았다는 이유를 충북 연고로 내세우며 충북발전 위한 길을 함께 가겠다고 하니 생뚱맞기까지 하다.

김영환 후보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괴산군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정치하던 그가 고향으로 선회해 출마하겠다는 것은 대선 분위기에 편승한 출마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지역정서를 속속들이 알 리 만무하고 보면 충북의 발전과 도민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지역민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그야말로 집을 나간 자식도 아닌데 딸이니, 아들이니 하며 나타나 지역 연고성을 강조하고, 지역발전을 말하고, 지역도민의 삶을 이야기한다. 인물난에도 지역 유권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지방정치를 우습게 보는 것 같은 그들의 태도에 있다. 충북이 그리 만만한 건지, 충북도민들이 그리 만만해 보인다는 것인지, 무시당한 기분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도 급기야 성명을 내고 이혜원·김영환 충북도지사 출마 후보자들에게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단체장 선거에 뛰어드는 자체가 지방자치를 무시하고 충북도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이는 “적어도 우리 지역에서 오랜 기간 살면서 지역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여 활동하고 기여를 하며,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 비전을 고민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다. 여전히 중앙집권적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중앙의 구태정치로는 지방정치를 살릴 수 없다. 지방정치의 주인은 지역이고 지역민이라는 현실을 정치인 모두 인식하고 각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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