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지승 1
대통지승 1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1.11.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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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그대의 맑고 깨끗한 성정은
만리에 뻗은 가을 강의 달과도 같네.
밤늦도록 능가경을 읽다 보면
잔나비들은 책상 밑 밤을 훔치겠지.

반갑습니다.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는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격외도리형 공안인 무문관 제9칙 대통지승(大通智勝) 1 입니다.

흥양 양 선사께 한 스님이 묻기를 “대통지승불은 십겁의 오랜 세월을 좌선도량에서 공부하고도 불법이 나타나지 않아 성불을 못했다는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라고 하자 양 선사가 말씀하셨습니다. “듣고 보니 그렇구나!”그러자 그 스님이 물었습니다. “이미 도량에 앉았는데 무엇 때문에 불도를 이루지 못했습니까?”라고 하자 양 선사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가 성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니라.”다만 노호의 깨달음은 허락하거니와 알았다 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으니 범부가 깨달으면 곧 성인이거니와 성인이 알았다 하면 곧 범부라는 말입니다.

몸을 가다듬음이 마음 깨침만 하겠는가!
마음이 요득하면 몸에 근심 없는 것을
만약 몸과 마음이 더불어 요득하다면
신선이 무엇 하러 고관대작을 찾겠는가!

대통지승에 등장하는 흥양 양 선사는 중국 백장선사의 오대 법손이며 위앙종을 창설하신 앙산선사의 삼세법손이지요. 대통지승불은 법화경의 化城喩品(화성유품)에 설하고 있습니다.

대통지승불은 결코 방일하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끈기 있게 공부하였습니다. 그렇지만 禪家(선가)에서는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제가 있는 이곳 산골 초암은 단풍이 물드는가 했더니 낙엽이 날리고 있네요.

이는 고요한 산만을 찾아 도를 찾아다니는 성불에만 집착한 마조 선사를 보고 그의 스승인 남악회양 선사께서 그를 일깨워 주기 위해 아무 말 없이 곁에 깨진 기왓장을 주워가지고 바위 위에다 기왓장을 갈고 있으니 마조 스님이 이를 묻자 스승은 “이 기왓장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네.”라고 말씀하셨지요. “스님! 노망이 나시지 않았습니까? 기왓장을 아무리 곱게 갈아도 그것이 거울이 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이렇게 묻자 남악회양선사는 말씀하십니다. “이놈아! 나는 그렇다 하더라도 네가 아무리 고요한 곳을 찾아서 좌선을 한답시고 한 평생을 앉아도 결코 부처는 되지 못 하리라!”라고 하셨단 말입니다. 그 후로 이 마조선사는 고요한 곳만 찾아다니던 공간적 집착에서 벗어나 뛰어난 대 선지식이 되셨습니다.

이렇듯 무문관 제 9칙 대통지승에 등장하는 양 선사께 물은 이 스님 역시 시공의 늪에 빠졌던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9칙 대통지승(大通智勝) 2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문관 공안과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고 코로나19로부터 평안해지기를 두 손 모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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