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라 속에서의 영원 2
찰라 속에서의 영원 2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1.10.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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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오늘은 날짐승들의 피해를 막고자 밭 가장자리에 쳐놓은 노루망을 타고 자린 환삼덩굴을 제거하는 날이다. 제초제를 몇 번 쳤음에도 잔뜩 우거졌다. 줄기에 돋은 잔가시가 어찌나 억센지 피부에 스치기만 하면 상처가 나 핏기가 돋고 쓰리다. 밭을 침범하는 건 환삼덩굴뿐만 아니라 칡덩굴과 억새 줄기도 기승을 부린다. 이들은 제초제를 써도 듣지 않는 놈들로 밭작물에 악랄하기 짝이 없는 천하의 고약한 잡초들이다.

그런데 종종 헷갈릴 때가 있다. 덩굴? 넝쿨? 넝쿨? 어떤 말이 맞는 말일까. 덩굴. 뻗어서 땅바닥으로 퍼지거나 다른 것을 감아 오르는 식물의 줄기다. 길게 뻗어나가면서 다른 물건을 감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로 수박 덩굴, 호박 덩굴, 포도 덩굴, 찔레 덩굴 등을 말할 때 쓰인다. 같은 말로 넝쿨이라고도 쓰인다. 넝쿨은 사전적 의미로 길게 뻗어나가면서 다른 것을 감아 오르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 길게 뻗어나가면서 다른 물건을 감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라 한다.

덩굴과 넝쿨은 맞는 말이지만 덩굴이나 넝쿨이라고 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덩쿨'은 `덩굴, 넝쿨'을 잘못 쓰는 말로 덩굴, 넝쿨이 맞다. 표준어 규정 제5절 복수 표준어 제26항의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에 따라 덩굴과 넝쿨은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다.

요즘 뉴스를 보면 성남 대장동 일대 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업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사명(社名)도 독특해 정치권에선 작명을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돈다. 화천대유, 천화동인은 주역(周易) 64괘 중 하나다. 화천대유(火天大有)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으로 명리학계에선 굉장히 좋은 괘로 평가된다. 한 명리학자는 “하늘의 불에 해당하는 태양이 온 천하를 비춰 크게 얻는다는 뜻”이라며 “정정당당하게 천하를 소유하게 된다는 의미로 쓰일 수 있다”고 했다.

화천대유가 자회사로 설립한 천화동인(天火同人)은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운'으로 역술인들은 풀이한다. 여러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아 성공할 가능성이 큰 뜻이라고 한다. 이번 대선 경선 출마 선언 등에서 `대동(大同) 세상'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두 회사와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대동'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동세상은 이 지사가 시민운동 할 때부터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생각했던 것”이라며 “특정 회사와 연관 짓는 것은 억측”이라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왁자지껄이다. 여권, 야권이 진흙탕에서 뒹군다. 여야뿐 아니다. 같은 당이면서도 경선에서 이기고자 뒤엉켜 싸우는 모습은 환삼넝쿨이나 칡넝쿨과 같다.

`세상을/더듬고 있다/날 수 없는 애달픔'이선주의 단장시조 넝쿨이다. 다른 식물과 다른 차원의 식물이 되자니 더듬더듬 여간 힘겹겠냐만 기어가는 고난을 넘어 비상을 꿈꾸며 현실을 애달파하는 넝쿨식물의 강인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조금 다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게 사람들이다. 길게 뻗어나가면서 다른 것을 감아 오르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넝쿨식물의 줄기가 마치 인생과도 같지 아니한가?

환삼덩굴과 칡덩굴, 억새덩굴을 제거하는 내내 덩굴, 넝쿨을 생각하며 아수라장 같은 정치권을 연관해 생각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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