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1.09.1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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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9월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희뿌옇던 하늘이 눈이 시리게 푸르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싱그럽습니다.

무더위와 코로나로 축 쳐진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돕니다.

저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도 상쾌하다는 듯 한들한들 춤을 추고 풀숲에 몸을 숨긴 풀벌레들도 살맛 난다는 듯 목청 높여 노래합니다.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화단과 들녘에는 나팔꽃, 백일홍, 금잔화, 맨드라미, 해바라기들의 맵시 자랑이 한창입니다.

새벽엔 걷어찬 이불이 민망스러울 정도로 서늘하니 맹위를 떨치던 여름이 물러났나 봅니다. 아니 이 땅에 가을이 왔음입니다.

`아! 가을인가, 가을인가 봐'라는 노래가 절로 읊조려지니 말입니다.

하긴 닷새 후면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 불리는 추석을 맞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가을! 듣기만 해도 코끝이 찡해지는 참 좋은 계절입니다.

그래요. `결실의 계절, 수확의 계절,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독서의 계절, 사색의 계절, 행락(行)철' 등의 수많은 별칭이 이를 웅변합니다.

입추부터 입동 전까지를 가을로 치는데 이 기간이 민초들이 살기에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을뿐더러 속된 말로 먹고 놀기에 안성맞춤인 계절이 가을이니까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이번 가을은 몹시 우울하고 심란합니다.

코로나(COVID-19)가 창궐한지 아니, 코로나와 사투를 벌인지 어언 2년이 되어감에도 호전된 게 별무여서 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예방백신을 접종했으나 이를 비웃듯 돌파감염이 횡횡해 쉽사리 완화조치를 할 수 없어서입니다.

정부가 백신확보를 서둘렀다면 그리하여 접종률이 월등히 높았다면 자영업자를 비롯한 고통 받는 직종과 계층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기에 안타까움이 큽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아니 가을이 가기 전에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봅니다.

또 하나는 대선후보 경선의 치부입니다.

나라가 두 동강이 난 것도 억울하고 분한데 가깝게 지내던 사람마저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서 사분오열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정치권이 던진 네 편 내 편 그물망에 선량한 국민들이 걸려들어 친지는 물론 부자지간과 형제·자매 사이에도 얼굴을 붉히고 적대시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서입니다.

국가의 미래비전과 국민들의 삶은 온데간데없고 당면한 선거에 이기고 보자는 후보자들과 모리배들의 탐욕과 한탕주의가 부른 재앙입니다.

코로나는 백신과 치료제로 잡을 수 있지만 이 재앙을 바로 잡을 특효약이 딱히 없으니 심히 걱정입니다.

어쨌거나 대통령은 잘 뽑아야 합니다.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행불 여하가 대통령의 역량과 판단에 달려있으니 당연지사입니다.

지지와 선택은 각자의 자유이고 권리입니다.

정권연장이든 정권교체든 또 누구를 뽑던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 총합은 민심의 결과이고 시대의 투영입니다.

그러므로 지지와 선택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남이 되고 적이 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존중과 배려로 상생(相生)하고 공영(共榮)해야 합니다.

아무튼 올 가을에 결정되는 여야의 대통령 후보가 공명정대하게 선출되어 본선에서 멋진 승부를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해인 수녀님의 `9월의 기도'처럼.

다시 가을 속으로 들어갑니다.

곳곳에 꿈이 무르익는 소리가 들립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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