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또 0.2% 오르는 고용보험료…'상-하한액' 제도개선 목소리
재정난에 또 0.2% 오르는 고용보험료…'상-하한액' 제도개선 목소리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9.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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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용보험기금 고갈 위기에 보험료 1.6→1.8% 인상
코로나 영향이지만…최저임금 연동된 하한액 문제 지적

2023년 최저임금 2.6%↑오르면 하한 뚫려…상한도 증가

연동 폐지 또는 비율 축소 주장…노사정 논의는 표류중



정부가 재원 고갈을 막기 위해 고용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재정난 해소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저임금과 연동된 지금의 구직급여 제도가 유지될 경우 비정상적인 수급 구조로 인해 고용보험기금은 또다시 재정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경영계와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5일 고용노동부와 노사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7월부터 고용보험료를 현행 1.6%에서 1.8%로 0.2% 인상키로 결정했다. 노사 부담분도 각각 0.1%씩 인상된다.



코로나19로 조단위 지출…최저임금 연동된 하한액까지 겹쳐

임기 내 고용보험료를 2번 인상한 것은 이번 정권이 처음이다. 현 정부는 지난 2019년에도 실업급여 액수와 지급 기간을 늘리는 등 보장성 강화 조치와 함께 보험료를 1.3%에서 1.6%로 0.3% 인상했다.



재정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에도 정부가 보험료 인상안을 택한 데는 감염병 사태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자가 폭증하자 구직급여 월별 지급액이 1조원대로 치솟으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정에 적신호가 왔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10조300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 말 예상 적립금은 4조7000억원에 그친다. 이마저도 정부로부터 빌린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예수금 7조9000억원을 제외하면 적자로 돌아선다. 고용부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적립금이 2023년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으로 운영돼왔던 다수 사업을 축소하고, 보험료 인상을 통해 수입을 확충하겠다는 게 정부가 내놓은 조치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저임금과 연동되도록 구직급여 하한액을 설계한 것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기록적인 인상 폭을 보이면서 하한액도 덩달아 증가했고 이에 따른 기금 지출이 무리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구직급여 상한액 대비 하한액 비중은 91.1%에 달한다. 보험료를 적게 내는 이들이 더 내는 이들보다 겨우 10%가량 적게 받는 구조인 셈이다. 2019년 구직급여 하한액을 적용받는 수급자는 81.2%를 기록했다.



2023년 최저임금 2.6% 이상 오르면 하한 뚫린다…상한액 증가도 불가피



현행 고용보험법은 구직급여의 상·하한액을 각각 설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를 결정하는 기준이 다르고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상한액의 경우 구직급여 기초 일액(11만원)의 60%인 6만6000원이다. 상한액은 시행령으로 정하기 때문에 고정된 반면 하한액은 최저임금과 연동된 덕에 매년 오른다. 2015년 4만176원에 그쳤던 하한액은 2018년 5만4216원, 2019년 6만120원으로 올랐다.



올해 역시 6만120원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2019년 최저임금인 8350원에 소정 근로 8시간을 곱한 금액의 90%에 해당한다. 2019년 말 정부가 구직급여 하한액 수준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후면서 형평성을 고려해 2019년 기준을 넘어서지 않을 경우 이를 유지키로 경과 조치를 뒀기 때문이다.



현재도 상한액과 하한액의 차이는 미미하지만 이마저도 더욱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도별 최저임금을 토대로 실질적인 하한액을 계산해보면 지난해 5만4976원, 올해 5만5808원이다. 2022년 최저임금 인상률 5.1%를 적용한 하한액은 5만8624원이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2023년 최저임금이 2.6% 이상 인상될 경우 하한액은 6만120원을 초과한다. 하한액 경과 조치가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상한액과의 격차는 더욱 좁혀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형평성을 고려해 상한액도 부득이하게 올릴 수밖에 없는데, 결국 이는 고용보험기금의 출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경영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연동된 체제에선 최저임금 증가에 따라 하한은 계속 높아지는 구조"라며 "이 같은 상황에선 하한이 결국 상한을 넘어서게 되고, 이에 따라 또다시 상한을 올리는 구조가 반복되게 된다. 기금 지출에 부담을 작용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별도 기준 설정 필요" 목소리…고용보험위 논의는 표류

사회보험에 상한과 하한을 두는 것은 소득재분배를 위한 취지지만, 이 같은 문제가 보험료를 더 내고도 덜 받고 덜 내면서 더 받는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경영계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부담뿐 아니라 저소득 근로자들이 제도를 악용할 것을 우려하며 최저임금 연동 방식을 폐지하거나 연동 비율을 최소 6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은 최근 '구직급여 상·하한액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지나치게 높은 구직급여 하한액은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구직급여 의존도를 높여 구직활동을 저해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한액이 기금 여건과 노사 보험료 부담 등을 감안해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별도 지급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역시 별도의 보장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최저임금은 어디까지나 노무 제공의 대가인 만큼 구직급여에 있어서는 전제 조건 자체가 다르다"면서 "이번 정부와 같이 최저임금이 정파적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변동된다고 가정한다면 고용보험 자체의 독자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에 대한 노사 입장 차가 뚜렷해 논의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은 2019년 고용보험위원회를 통해 구직급여 상·하한액 등 결정 방식 관련 논의를 진행키로 했지만 노사 이견으로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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