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시대 청년들이 사는 법
비정상의 시대 청년들이 사는 법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1.05.13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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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암호화폐 광풍(狂風)이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일반인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었지만 쓰임새보다는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떠올랐다. 암호화폐 광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에 비트코인 열풍이 있었다. 용어조차 생소했지만 돈이 된다는 말에 너나없이 투자에 나섰다.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비트코인 규제를 발표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며 불법이 아닌 이상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비트코인 가격 폭락, 거래소를 통한 사기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잠깐의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그 후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부동산 투자로 재테크에 성공하는 사람이 생겨나면서 영끌, 빚투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아파트의 미래는 견고하고 튼튼해 시세차익으로 단기간에 돈을 번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9년 대기업 평균 연봉은 1.79% 상승했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87%나 급격히 상승했다.

작년에는 주식 열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코스피가 급등해 3000선을 넘어서면서 주식부자가 나왔다. 청년들도 `영투', `빚투'에 나서며 주식에 올인했다. 증권사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2030세대의 신규 계좌만 35만3311좌로 지난해 1월에 비해 7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전체 신규 계좌 235만9401좌 중 20대가 50만5832좌, 30대가 67만3753좌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주식투자는 투자 상품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초기 투자금이 적다 보니 청년들의 손쉬운 투자처가 됐다.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번 돈까지 일확천금의 밑천이 됐다.

그러다 다시 암호화폐로 이동했다. 올해는 코인의 종류도 많아 투자 광풍이 더욱 거세다. 취업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집값마저 폭등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2030세대를 끌어들였다. 희망의 사다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투자만이 살길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늘어났다.

코인으로 성공한 사람보다 패가망신한 사람이 더 많다고 하지만 `대박 신화'에 열광하며 화폐판에 뛰어드는 사람은 넘쳐난다. 지난해 이후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던 개미들의 투자심리가 1년 새 10배 가까이 오른 비트코인의 대박 행진에 뒤따라 가상화폐 쪽으로 무섭게 이동한 모양새다.

가상화폐는 아직 가치 저장이나 교환, 결제 수단을 가진 정상 화폐도 아니고 금융투자 상품이 아니어서 불확실성과 투자 위험성이 높다. 그렇지만 대박의 꿈을 좇는 젊은이들에게 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달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암호화폐와 관련한 정부의 투자자 보호책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순 없다”며 “공식화하고 제도권으로 들어와서 더 투기열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상화폐 투자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2030세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 1년간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암호화폐 82종의 평균 상승률이 1737.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높은 변동성에 젊은이들이 코인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젊은이들이 암호화폐 대박으로 수저 색깔을 바꾸고 신분상승을 꿈꾸는 시대. 암호화폐 투자에서 이들의 깊은 절망과 냉소, 비관주의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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