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 제정 불구 무관심
진천군,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사업 추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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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를 비롯한 도내 행정기관에서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외래어 남용사례다.
요즘 관가에선 △민관 거버넌스(협치) 활성화 △그린뉴딜(친환경 경기부양) 정책 등의 조어(造語·새로 말을 만듦)도 무분별하게 쓰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그린뉴딜정책을 발표한 후 `뉴딜'은 약방의 감초다. 사업명칭에 `스마트'(맵시 좋은·말쑥한)가 포함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시대 흐름과 산업 생태계 변화 탓이라곤 하지만 행정기관에서의 한자어와 외래어 남용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 지적에 충북도의회는 지난 2018년 말 `충청북도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를 제정하고, 행정기관의 무분별한 외래어 및 조어사용 줄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2019년 1월 시행 후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이 조례는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이 조례는 공공기관의 이름, 정책명, 사업명, 상징, 구호 등을 정할 때 국어책임관과 미리 협의해 무분별한 외래어, 외국어, 신조어 대신 올바른 국어를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를 준수하지 않는 주요 정책·사업의 이름에 대해서는 `국어 바르게 쓰기 위원회'가 도지사에게 개선을 권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도는 아직까지 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충북도 문화예술산업과장을 당연직으로 하는 `소위원회'를 구성했을 뿐이다.
도지사가 해마다 공문서 등의 국어·한글 사용 실태조사와 평가, 5년마다 옥외광고물 등의 한글 표기 실태조사를 하도록 한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국어발전과 보존에 이바지한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에 대한 포상 규정도 있지만 평가가 없다 보니 포상도 없었다.
사실상 사문화된 조례가 돼 버린 것이다.
이 조례를 대표발의한 송미애 충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조례 제정 후 꾸준하게 시행 여부를 확인했으나, 집행부에서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도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례에서 규정한 사항을 시행하지 못했지만, 올해부터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진천군이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사업'을 추진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군은 올해 17개 과제를 설정해 추진계획을 수립해 행정용어 순화에 나선다. 전 부서장의 국어책임관·국어담당관 지정을 통해 조직 내 관심도를 높이기로 했다.
`진천군 국어진흥조례' 제정도 추진한다. 국립국어원과 지역 주요대학에 설치된 국어문화원 등 국어 전문기관과 협력해 공공언어 사용 실태조사, 공공언어 사용 전 감수, 새내기 직원을 위한 교육자료 발간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석재동·진천 공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