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에 영업사원 된 교수들
고사위기에 영업사원 된 교수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4.14 2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생 충원율 실적 평가 승진 등 고가 반영
배점 대폭 상향 … 교수회 “일방 조치 유감”

교수들이 강의하고 연구만 하는 시절도 옛말이 됐다.

입학 자원 감소로 위기에 몰린 지방대학들이 교수들의 승진이나 성과급 평가에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실적을 반영하면서 교수들도 학생 모집에 나서야 살아남는 상황에 직면했다.

서원대학교는 지난 2019년 12월 교원인사 규정의 승진 임용 심사평정 항목에 학교발전기여도를 신설했다. 학교발전기여도에는 신입생·재학생 충원 실적, 학생 취업 실적 등이 있다.

승진 또는 비정년 계열 전임교원의 정년계열 전환 임용 대상자의 경우 충족해야 하는 학교발전기여도(배점 100점) 최소점수는 지난해 60점이었지만 올해(4월 1일 시행)는 70점으로 10점 상향 됐다.

특히 신입생 및 재학생 충원율 실적 점수는 지난해 15점이었지만 올해는 30점(신입생 충원실적 15점, 재학생 충원 실적 15점)으로 두 배 늘렸다.

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국립대학과 수도권 대학 외에는 모두 생존 싸움을 하고 있다”며 “대학과 함께 교수들도 상생해야 한다는 의미로 학교발전 기여도 지표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충청권 사립대학 여러 곳에서도 교원 인사 규정이나 업적 평가에 신입생 유치 실적 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보건과학대학교의 경우는 몇 년 전부터 교수 7명, 일반직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된 입시 전문위원을 가동하고 있다.

입시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수들은 전국 고등학교를 방문해 입시 홍보 활동을 한다.

이 대학은 교수업적 평가 시 교육부문 항목(배점 27점)의 경우 신입생 등록률 5점, 재학생 충원율 5점을 배정해 승진에 반영하고 있다.

충북보건과학대 관계자는 “입시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교수들은 입시를 위해 전국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 유치에 나선다”며 “학생이 있어야 학과가 유지되고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청주대학교는 교수 성과급 지급 평가 항목으로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을 반영한다. 실적에 따라 A~D등급으로 나눠 한 달 치 본봉 기준 일정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하지만 D등급은 아예 없다.

하지만 각 대학측의 이런 정책에 대해 교수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서원대 교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대학측이 공개한 교원인사규정은 개정이 아니라 대학 당국의 교수 장악을 노린 개악”이라며 “교수들과의 일언반구의 협의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이번 개정은 대학 운영의 민주성과 공정성을 강조해온 교육부의 대학 평가 지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시대 역행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청주대 모 교수도 “신입생 유치 실적 등을 성과급 기준으로 반영하면서 일부 교수들은 교수가 무슨 영업사원이냐며 불만을 제기한 적도 있다”며 “연구 많이 하고 잘 가르치는 게 교수 역할인줄 알았는데 시대가 변하니 학생 모집을 잘해야 유능한 교수 대접을 받는 시절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금란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