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상과 학교
새로운 일상과 학교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1.03.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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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모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학교 운동장에 울려퍼진다.

친구들과 뜀박질하며 소리 높여 외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텅 빈 운동장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축구 골대가 비로소 존재감을 찾았다.

아이들이 돌아왔다.

지난 1년 동안 대면과 비대면을 오가며 공부하던 아이들이 텅 빈 학교에 온기를 채우고 있다.

팬데믹 시대 교육 현장에서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학교는 많은 인원이 정해진 공간, 정해진 시간에 모여 지식을 습득하고 인간관계를 맺는 물리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학교는 아이들이 오지 않는 빈 건물로 변해갔고 대신 온라인에서 비대면 교육이 시작됐다. 온라인 교육을 경험한 학생들의 삶의 질은 어떨까?

지난해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경기도 내 초중고 800개 학교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연구 `코로나19와 교육:학교 구성원의 생활과 인식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학생들의 삶의 질이 대체로 떨어졌다.

학습목적이든 학습외 목적이든 미디어 사용시간이 늘었다.

사교육 시간과 집에서 학교과제 하는 시간, 그냥 있는 시간도 늘었다.

반면에 운동이나 산책시간, 밖에서 친구 만나는 시간, 문화놀이공간 방문시간은 줄었다.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공교육 수업만은 가정경제와 무관하게 같은 교실 안에서 대체로 동일한 환경 속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이후로는 가정경제가 교육격차로 이어졌다.

가난한 집 학생일수록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공부하거나, 기기가 낡아 수업에 방해를 받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려 학습에 방해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의 기능이 사라지며 학습뿐 아니라 생활습관. 식생활의 격차도 확대됐다.

코로나19 이전 우리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수업이 학교생활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지식과 정보를 토해내는 시험을 치러 학생들을 일렬로 줄 세워 대학에 보내는 입시과정을 거치고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직장이 결정되는 시대에 살았다.

그러나 이제 필요한 지식과 정보는 도서관에도, 컴퓨터 안에도, 손안의 스마트폰에도 넘쳐 난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학교의 역할과 교육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나아갈 길에 대해 묻는다.

류태호 버지니아대 교육공학 교수는 `온라인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수업의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게 하는 상황은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 속에 교사중심 지식전달 위주의 수업방식이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가에 대해 깨닫게 해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교육의 확대,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실재감 있는 학습에 대한 요구의 증가, 교사중심 지식전달 위주 수업에서 학생중심 토론식 수업으로의 전환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교육의 뉴노멀이 될 이런 변화는 학생이 학습의 중심이 되지 않는 한 과거를 답습하는데 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때가 되면 밥을 먹듯 학생이 학교 가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을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다가왔다.

온택트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팬데믹 시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행복한 합창소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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