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교가 되어주길
가교가 되어주길
  • 추주연 청주교육지원청
  • 승인 2020.12.1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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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추주연 청주교육지원청
추주연 청주교육지원청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 어느 사거리에 수험생들의 수고를 위로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올해 수능 응시생 필적 확인 문구로 사용된 나태주 시인의 시 구절이다. 비단 수능 수험생뿐이겠는가. 치열하게 인생을 준비하는 모든 청춘에게 어느 때보다 힘들었을 한해다.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존재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말을 되뇌어 본다. 필적 확인을 위한 시구 하나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여 모인다.

“오늘 읽은 교육평가 방안 보고서에는 학생이 주체가 되는 평가가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어. 내가 지향해야 할 평가의 방향으로는 적절한데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는 않더라. 학생이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게 하면 어떠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수업에서 이러한 평가를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어느 선생님이 친구에게 보낸 이 편지는 얼마 전 치러진 중등 교사 임용 시험 문제의 읽기 자료이다. 동교 선생님들과 임용 시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제 하나를 두고 선생님들의 생각이 모이고 나누어진다.

현재 1차 지필고사와 2차 수업 실기, 면접으로 구성된 교사 임용 시험은 지필고사 성적이 합격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이론과 개념, 원리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를 묻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고난도의 문항이 출제된다. 반면 수업실기와 면접으로 이루어진 2차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에서는 임용 시험 2차 전형에서 나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각기 다른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하고 변화하는 사회와 발맞춰 교실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선생님, 스스로 민주시민으로 성장을 계속해 나갈 선생님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의 문제는 해마다 프랑스 신문에 실린다. 시민들은 문제를 함께 풀어보고 카페, 식당, 거리 곳곳에서 토론의 장을 펼친다. 방송에서는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출제된 문제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이야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문화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우리는 진실을 포기할 수 있는가', `문화의 다양성이 인류의 통일성을 방해하는가', `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자유를 포기하는 것인가', `정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불의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한가'. 정답이 없는 문제를 두고 각자의 답을 우리의 답으로 만들어 간다.

바칼로레아를 함께 푸는 마음으로 교사 임용 시험 문제를 함께 읽는다. 교사 임용 시험 변화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예비 선생님들이 학원과 도서관이 아닌 현장과 지역에서 아이들과 선배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도록 말이다. 수능 필적 확인 문구가 수험생들에게 위안을 주듯이 교사 임용 시험이 좋은 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나게 하는 가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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