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3단계 가자” 자영업자의 절규
“차라리 3단계 가자” 자영업자의 절규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12.15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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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반영 못한 2단계 … 같은 커피 팔아도 `규제 상이'
이웃업소간 불법영업으로 신고까지 … 민심마저 흉흉
“이러나 저러나 죽을 맛 … 3단계로 코로나19 잡아달라”
첨부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과 광주, 강원 일부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5단계로 격상한 19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한 식당 출입구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11.19. /뉴시스
첨부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과 광주, 강원 일부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5단계로 격상한 19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한 식당 출입구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11.19. /뉴시스

 

청주시 흥덕구에서 70㎡면적의 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모씨(55·여)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올 초부터 반토막났던 매출에도 근근히 영업을 유지해왔으나 2단계가 시행된 지난 9일부터는 아예 손님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밤 9시이후 홀에서의 취식이 불가능하다 보니 아예 찾는 손님이 없어진것이다.

이씨는 “하루 한 팀 받기도 어렵다”며 “그럼에도 코로나 확진자는 계속늘고 있으니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나 3단계나 자영업자 죽는것은 똑같으니 차라리 3단계로 가서 코로나라도 제대로 잡는게 나을듯 싶다”고 토로했다.

이씨처럼 요즘 식당, 카페 등 자영업자들사이에는 `차라리 방역 3단계로 가자'는 하소연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방역 2단계 시행에도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답답함에서 나온 탄식이다.

하지만 자영업의 실상을 들여다 보면 허투루 넘길 말도 아니다.

식당가를 예로 들자. 점심장사를 하는 일반 식당은 그나마 낮 손님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저녁부터 밤장사를 하는 식당은 말 그대로 죄다 개점휴업 상태다.

간판불만 켜놓았지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 어쩌다 손님이 와도 간단히 식사만 하다보니 매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8시를 넘어 찾아온 손님들에겐 되레 죄지은 듯 `죄송하다'며 돌려보내야 한다.

너도나도 죽을 맛이니 인근 업소간 민심도 사나와졌다. 어쩌다 9시를 넘겨 손님이 머물고 있는 식당은 곧바로 신고를 당한다.

신고자는 대부분 인근 업소 주인들이다.

덩달아 자치단체 당직실은 밤 9시를 넘기면 불법영업 신고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청 위생계의 한 관계자는 “야간 당직실로 하루 평균 3~40건씩 불법영업 신고가 접수된다”며 “그렇다고 곧바로 행정처분 할 수 없어 다음날 신고업소를 방문지도 하고 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밤 9시 영업을 유도해 사진을 찍어 신고하는 `코파라치'도 등장했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문모씨(59)는 “밤 9시 직전 젊은손님들이 들어와 술을 달라길래 살펴보니 코파라치 느낌이 들어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식당영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는데 대한 불만도 높다. 낮에는 인원 제한없이 식사가 가능하고 밤 9시 이후에는 그렇지 않은 규정때문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 “코로나가 밤에만 활동하는가”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낮이나 밤이나 배달과 포장만 가능한 카페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낮에 취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토스트같은 간단한 요기를 팔면서 홀 영업을 하는 업소가 생겨나고 있다. 똑같이 커피를 팔지만 규제가 다른 스터디 카페, 맥도날드 같은 체인점과의 불평등도 못마땅해 하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코로나 방역이 빚어내는 사회상이다.

청주시 서원구 수곡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3)는“이러나 저러나 자영업자들은 폐업직전”이라며 “차라리 방역 3단계에 돌입해 이 난국을 빨리 끝냈으면 하는게 속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오영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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