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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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7.06.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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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총장, 여기를 보시게
김 승 환 <청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디서 들려오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자애로우면서도 강하고, 단아하면서도 겸손한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북녘 하늘에는 깃털 구름 날고, 서녘 하늘에는 노을 짙어가던 5월 30일.

그 소리는 청주대학교 쪽, 더 정확히는 예전의 청주상고였던 그 자리에서 시작되고 있음에 분명했다. 그 소리는 '님을 위한 행진곡'과 '비정규직 철폐가'보다도 더 큰 목소리의 자애로운 당부였다.

"김윤배 총장, 잘하시게. 사람을 살려야 하네. 내가 학교를 세워 교육구국의 이념과 홍익인간의 신념으로 교육운동을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을 살리고자 했던 것이라네.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며 지역과 민족을 발전시키려는 것이 목적이었네. 그러니 김 총장, 어렵고 가난하며 많이 배우지 못한 저 청소용역 비정규 노동자들을 따스하게 감싸안아서 청주대학교의 직원이 되도록 하시게. 30여 명의 힘없고 가난한 민중을 품어 안지 못하는 청석학원이 어떻게 수만 미래의 동량을 교육한단 말인가. 사람을 살리게 김윤배 총장."

벼랑 끝에 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간절한 소망이 두 할아버지의 동상(銅像)을 깨운 것이 분명했다. 어스름 땅거미가 들 무렵인 오후 7시 30분, 나는 이 소리를 듣고 눈을 감았다. 그 감은 눈으로 청주대학교 청소용역 노조의 대표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울음섞인 그 목소리는 재계약 기간인 1년이 어찌 그리 빠르냐는 것이었다. 이어 비정규직의 설움이 쏟아졌고, 93만원이라도 안정적으로 받아보자는 희망이 타올랐으며,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과 격정의 파도가 거칠었다. 그 자리에 모인 300여명의 분노가 김윤배 총장에게 가 꽂히는 순간이었다.

오히려 내가 김윤배 총장을 이해하는 편이 되어서 학교 측에도 무슨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럴 것이다. 우리는 주먹으로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탓하지만, 김총장께서는 학교 대표자로서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가령, 하청업체의 일이므로 직접 관계가 없다든가, 아무렴 비인간적으로 일을 시키기야 하겠느냐는 등 여러 사연이 있을 것이다. 사태가 유사하므로 모두들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사태처럼 진행될 것을 염려하는 바로 그 때였다. 약간 더 노기(怒氣)를 띤 또 다른 음성이 들려온다.

"김총장, 저기 아스팔트에서 눈물을 흘리는 저 분들은 알고 보면 자네의 누이나 이모쯤 되는 사람들 아닌가! 저 가난하고 힘든 30여명도 못 살리면서 무슨 수만명 사람을 살리겠는가 내 자랑스런 손자 김윤배 총장, 진리탐구, 덕성함양, 실천봉공과 같은 거창한 교육의 지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살리는 것이네. 또 한 가지 자네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네. 1998년 해직된 신방과 박정규 교수를 복직시키시게. 교수들 중에는 절대로 안 된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것쯤이야 총장인 자네의 덕으로 넘어설 수 있어야 하느니, 시간을 지체치말고 복직시키시게. 염려 말게. 그 분들이 학교를 잘못되게 하겠는가"

현직 총장인 손자에게 예의를 갖추는 김원근, 김영근 두 할아버지들은 과연 존경을 받을 만한 인품과 덕망이 있었다.

나는 그 할아버지의 손자이신 김윤배 총장께서 사람에게 고통을 줄만한 나쁜 분이 아님을 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세운 학교를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또 사회에 봉사하려는 자세도 있음을 안다.

거대한 조직을 책임지는 분으로서 많은 고뇌와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 총장께서도 그날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었을 것이니 청주대 청소용역의 정규직화와 박정규 교수 복직의 두 사안은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그것은 청주대학교가 발전하고 청석학원이 빛나는 일이니, 하늘에서 명하신 할아버지 말씀을 어찌 거역할 것인가! 특히 올해는 한수(漢水) 이남 굴지의 명문사학인 청주대학교 개교 60주년인 뜻 깊은 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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