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부질없는 일 … 조용히 칩거하며 살고 있습니다”
“다 부질없는 일 … 조용히 칩거하며 살고 있습니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10.18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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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어떻게 지내십니까-김영회 전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일주일에 한 번 집 근처 친구 박영대 화백과 점심
매일 뉴스 검색 … 세계 정보 접하며 균형감각 익혀
젊다는 것은 특권 … 도전하고 개혁하려는 노력해야
고향 땅 청주에서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게 소망

어떻게 지내십니까의 5번째 주인공은 김영회 전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이다. 옛 충청일보와 중부매일의 편집국장을 거쳐 충청북도 정무부지사, 주성대학교 겸임교수를 지낸 그는 충북적십자사에서 사회봉사로 2012년 현직을 마무리했다. 언론과 공직, 민간단체를 두루 거치며 지역의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 김영회(81) 전 회장을 만나 근황을 들어봤다.
“다 부질없는 일이지요. 돌이켜 보면 모든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드니 어디 나서는 것도 민망해요. 조용히 칩거하며 살고 있어요.”
양복 차림에 베레모를 쓰고 나타난 그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느냐는 질문에 `부질없음'으로 화답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아왔음에도 여든 고개를 넘어선 노신사의 대답에서 삶에 짙은 회한이 느껴졌다. 이는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한 몫 하는 듯했다.
“얼마 전 넘어져 다리를 심하게 다쳤어요. 다리가 아프니까 돌아다니는 것도 싫더라고. 운전할 나이도 아니고, 걸어다니는 것도 불편하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요. 이 나이 되면 나를 찾는 사람도 별로 없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별로 없어요. 건강하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지 허허.”
나이가 들면 만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줄게 된다는 그는 지극히 외출을 꺼리는 듯했다. 그런 그가 부담없이 만나는 친구로 박영대 화백을 꼽았다.
“우리 집에서 큰길 하나 건너면 박 화백 집이에요. 가깝게 살기도 하고 말도 잘 통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 점심을 먹는 정도예요. 이따금 연락 오는 사람들 만나는 정도고 따로 자주 만나는 사람은 없어요.”
아프면 건강에 더 신경 쓰고 운동을 할 법도 한데 체질적으로 운동이 싫다는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여가를 보낸다.
“하루 일과라는 게 단순해요. 늦게 자는 편인데 글을 쓰기도 하고 …. 젊었을 땐 시간을 부리고 살지만 늙으면 추억으로 산다고 하잖아요. 지난 시간을 회상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 텔레비전을 켜도 클래식 채널이나 OST 채널을 틀어놓고 있어요.”
누구보다 예술을 사랑하는 그지만 하루 일과 중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뉴스 검색이다. 한국 소식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뉴스를 접하며 균형 감각을 익힌다. 날카롭게 그러나 냉철하게 세상을 바라보려는 태도는 평생 언론인으로 살아온 모습이다. 인생의 선배로서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그런 맥락과 상통한다.
“젊었을 땐 도전하고 개혁을 해야 해요.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자기부터 개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자기만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해 자긍심을 갖는 것도 자기의 브랜드를 높이는 일이에요. 젊다는 것은 특권이잖아요. 도전하고 개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조용히 돌아보는 말년의 삶에서도 인생의 좌우명은 `시냇물처럼'이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그의 삶에 방향키가 되어주었다.
“싸우고 대립하는 게 싫어요. 시냇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고 싶어요. 몇 해 전에 청주문화원에서 발간한 책 특집에 명사의 미리 쓰는 유언장이 있었는데 그날이 오거든 멘델스존의 협주곡을 들려달라고 쓴 것처럼 마지막도 그렇게 가길 바랍니다.”
고독을 외면하지 않고 홀로 마주한 그는 낳아 주고, 길러주고, 오늘이 있게 해 준 고향 땅에서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청주에 있는 까닭이라고 말한다. “이제 고향에서 눈을 감는 것, 젊은 날 꿈꾸었듯 크눌프처럼 그렇게 세상을 떠나는 것이 소망”이라는 그에게서 청주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엿볼 수 있었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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