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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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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재 헌 <충북과학대학장>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상·하위 계층간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하위 소득계층에 고령자 가구가 많이 몰려 있어 수입은 적게 늘어난 반면 누구나 내야하는 세금과 공공요금 등 고정지출 요인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의 양극화는 일시적인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 현상에 대해 우려를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IMF 외한위기 이후 실업이 늘어나고 서민의 삶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서민 대중을 위한 사회복지인프라가 미쳐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IMF 외환 위기에 따른 타율적 개혁방식이 뜻하지 않게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서민의 생계에 큰 타격을 주게 되면서 부터다.

또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경제의 버팀목으로 여겨져 왔던 중산층의 급속한 붕괴도 사회 양극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만의 경험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후 부흥을 통해서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임을 자랑하고 1억 인구 모두의 중산층화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일본도 지난 1980년대부터 소득격차가 점점 심해져 OECD 국가 중 소득배분의 불평등 도가 높은 국가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한다. 자유주의 경제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경쟁은 매우 유효한 개념이다. 근로자의 경쟁을 유도하면 근로자의 능력과 의욕을 고양시킬 수 있고, 기업간 경쟁을 유도하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공평성과 형평성은 양립이 가능하다. 어떤 사람에게 교육을 받을 기회, 직장을 가질 기회, 일을 부여받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자기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져 나라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경제효율을 높이는데 공헌해야할 귀중한 자원이 사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본의든 아니든 기회의 평등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면에서는 결과의 불평등보다 더 근본적인 사회문제일지 모른다.

소득의 양극화, 노동의 양극화 현상과 비례하여 계층간 교육비 지출의 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6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교육비 지출은 하위 20%의 그 것보다 5. 24배나 많으며, 전년도 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가 2007학년도 신입생의 소득수준 분포에 대하여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가정의 자녀가 전체 신입생수의 40%, 소득상위 20% 가정의 자녀가 전체의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일류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리라고 짐작된다. 학력대물림 현상이라고도 표현되는 불공평한 교육기회의 문제를 타개하려면 정부의 교육투자를 늘리고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법밖에 없다.

양극화 문제는 보는이마다 해법이 다르다.

어떤 이는 시장경제의 활성화만이 복지실현의 첩경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서구형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촉구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제3의 길을 주창하기도 한다. 나라마다 사정이 각기 다를 것이다. 국가 운영의 궤도 수정이 그렇게 용이한 일도 아니다.

국민적 콘센서스를 이루기도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국면의 정확한 지점을 빨리 찾아내어 신속히 타개해 나아가는 노력이다.

우리의 경우 생산적이고 건전한 공동체 구현을 위하여 심각해지는 양극화 현상을 시정 또는 완화하는 일이 시급하며 이를 위한 최우선적 과제로 기회의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실사구시적 교육의 역할을 하루 빨리 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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