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김현숙 충청북도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5.18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청북도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청북도교육도서관 사서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이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묻는다. 한동안 생각해보지 않아서 당황했다. 복잡한 머리를 굴려 생각을 정리해본다. 최근에는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밀라논나'를 닮고 싶다. 밀라논나는 밀라노 할머니라는 뜻으로 유튜브 채널명이다. 그녀는 화려하지 않고 우아하면서 세련된, 백발의 짧게 자른 머리가 어울리는 60대 후반의 멋진 어른이다.

도서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장명숙 저·웅진지식하우스)'는 `나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커리어 그랜마 유튜버 밀라논나의 이탈리아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이탈리아에서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을 떠났다. 그 당시 서울에서 밀라노에 가려면 타이완, 방콕, 바그다드, 로마를 거쳐 꼬박 36시간이 걸렸다. 40년간 한국과 밀라노를 오가며 패션 컨설턴트, 무대 디자이너로 살았다. 60대에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변화하고 싶고, 삶에 찌들지 않은 노인네로 보이고 싶다는 그녀의 희망은 성공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개 칭찬과 감탄사에 후하다. 이탈리아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부를 때 보통 `미오 테소로(나의 보물)', `미아 지오이아(나의 기쁨)', `미오 아모레(나의 사랑)'라고 한다. 나의 아이를 남의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며 칭찬과 감탄사를 아낌없이 퍼부어준다. 그런 호칭과 대접을 받고 자라서일까. 그들은 대체로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갖고 산다.”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합리적 개인주의, 어릴 때부터 받은 충분한 사랑이 자양분이 된 넉넉함과 너그러움이 묻어난다.

그녀와 이탈리아에서 함께 공부하던 동기가 돌체앤가바나를 론칭한 도메니코 돌체였다. 스칼라극장에서 근무할 때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별명을 부르며 친하게 지냈던 인연은 훗날 업무적으로 큰 도움을 받는다.

이탈리아는 가보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가능성이 점점 멀어진다.

저자가 추천한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고 싶다. 밀라노 중심에 있는 두오모 성당, 성 암브로지오 성당도 가고 싶다. 언제쯤 가능할까? 요즘처럼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가능성이 희박할 때 여행 관련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도 방법이다. 경제적인 어려움만 없다면 아무런 제약 없이 떠날 수 있던 그동안의 평범한 일상이 참으로 그립다. 오늘도 여행의 아쉬움은 밀라논나 유튜브를 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