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던진 또 하나의 화두, 인권
코로나19가 던진 또 하나의 화두, 인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5.18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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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산하면서 한국은 또다시 긴박해졌다.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했던 감염병이 클럽의 확진자 발생으로 일상으로의 복귀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휴를 맞아 클럽을 방문한 이들이 수천 명에 달하고, 성소수자 클럽이란 특수성 때문에 거주지도 불확실한데다,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터진 이태원 사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쳐 있던 국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너무 성급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고, 성소수자들이 가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혐오의 눈길도 피할 수 없었다. 더구나 클럽을 이용한 사람들이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검사를 회피하면서 전국적 감염과 확산이 우려스러운 상황이었다.

세계의 이목도 다시 쏠렸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면서 세계국가의 모범사례가 된 한국이 새로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예의주시였다. 성급한 일본은 이태원발 코로나19로 한국의 방역체계가 실패했다는 분위기로 몰아가며 그간의 성과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이태원 발 코로나19는 한국의 방역 시스템이 우연히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일파만파로 확산할 것 같았던 감염병은 IT 강국 코리아답게 통신사 기지국을 이용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태원 방문자를 찾아내 검진을 받게 하고 자가격리조치함으로써 확산을 차단했다. 특히 성소수자로 알려질 경우 사회적 타살이 두려운 이들에게는 신상을 밝히지 않고 검사받게 하는 등 발 빠른 조치로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유럽과 미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우왕좌왕할 때 한국은 정보와 투명성, 시스템으로 국가의 역할과 위상을 보여줬다.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국가시스템이 선진국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로 인권 문제를 던져줬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확진자들의 동선이 공개하면서 지나친 사생활 노출이라는 반발도 불러왔다.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가 혐오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 확진자의 동선 공개 후 이태원 클럽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심야에 노래방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사회적 혐오와 낙인이 뒤따랐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에서 인권은 뒷순위로 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개인의 인권보다 국가 공익에 우선하는 한국 전통사회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감염병을 막으려는 강제조치나 동일집단을 격리하는 코호트도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 자가격리 역시 어떤 요건도 없이 강제조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익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떤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확진자 동선 공개는 지나친 사생활 침해이며, 사회적 비난과 조롱으로 이어져 2차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개인 생활을 규제하려면 규제 법률이나 제한 요건 등이 선명해야 한다. 방역의 성공적 대응만큼이나 인권문제와 관련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공익이란 명분으로 국가가 무조건 강제하는 조치는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상이 제약을 받으면서 인권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시대가 바뀌고 공익 개념도 달라졌다. 우리 사회가 포괄적 개념으로 인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갈 때 진정한 선진국으로 우뚝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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