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20.04.27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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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여러 이유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걱정이 많을 듯하다. 일상이 바뀌었다. 학교 가고, 모여 놀고 하던 평범한 일을 자제해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게다가 온라인 개학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써야 하는 상황이 와 버렸다. 애써 타이르고, 약속을 정해 쓰거나 하는 등 여러 방안으로 스마트폰을 자제하게끔 했을 가정에서 참 고민이 많을 듯하다.

어른인 나도 거의 손에서 태블릿PC를 놓지 않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보고, 이북을 읽고, 드라마나 뮤직비디오를 본다. 일하는 중에는 컴퓨터로 여러 일을 처리하고, 퇴근하고 와서는 다시 스마트폰을 쓴다. 애들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한 달에 100MB도 안 썼던 시절이 있었건만. 스마트 기기 활용 줄이기가 쉽지 않다.

도서`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는 지우가 학교 도서관에서 스마트폰을 발견한 것으로 시작된다. 우연히 서가에서 스마트폰을 발견하고, 케빈이란 스마트폰 주인인 것 같은 아이와 통화를 하다 `우리 굴'에 놀러 오라고 초대를 받는다. 앱 설명에 따라 케빈과 만나기 위해 귀도를 지나 도깨비 소굴에 가서 도깨비 친구들과 만나 친구가 된다. 도깨비 친구들에게 지우는 도깨비폰에 대한 사용법을 배운다. 도깨비들의 앱을 사용하면 손쉽게 숙제도, 영어도 척척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앱은 사람의 기를 필요로 한다. 지우는 기를 뺏기는 건 조금만이니 괜찮겠지 하면서 점점 앱에 빠져든다.

도깨비폰을 쓰면서 여러 앱을 쓰게 되고, 기를 빼앗겨 몸이 힘들어진다. 지우가 기를 빼앗겨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수상하게 여긴 친구 수진이에게 도깨비폰을 들키게 된다. 수진이와 도깨비 소굴에 가게 되고, 거기에서 기를 다 빼앗겨버리면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려움에 빠진 지우는 집에 도깨비폰을 두고 가거나, 닭 피에 담그는 등 도깨비폰을 쓰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전부 실패로 돌아간다.

책의 마지막은 직접 읽어 보시라. 이야기가 이상하게 끝나는 거 아닌가 싶을 부모들에게 조금 더 일러두자면 교훈적이고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여러 곳에서 온 책읽기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고 아이들도 재밌게 읽은 책이라서 당연 재미있는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라 더 좋았던 것 같다. 판타지 동화지만, 도깨비와 관련된 부분 외에는 판타지 같지가 않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계산을 할 필요가 없고, 긴 글을 읽을 필요가 없고, 외국어도 공부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왔다. 앱을 쓸 줄만 알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공부도 하지 않게 되고 머리도 점점 쓰지 않게 된다는 걸 지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싶어 읽으면서도 엄청 공감이 갔는데, 마지막까지 현실적인 마무리라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이 책 `도깨비폰을 개통하겠습니까?'는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작가 박하익은 또 청주 사람이더라. 그 점도 기쁘고 반갑다. 작가는 미스터리 신인상, 동양일보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지라 이 책의 구성도 왠지 추리소설 같아 좋았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다 읽어봐야 할 듯하다. 언젠가 학교에 모셔 이야기를 나눌 궁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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