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형제의 우애가 깃들어 있는 별당, 영동 사로당(永同 四老堂)
4형제의 우애가 깃들어 있는 별당, 영동 사로당(永同 四老堂)
  • 김형래 강동대교수
  • 승인 2020.02.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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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김형래 강동대교수
김형래 강동대교수

 

영동 사로당(永同 四老堂)은 조선후기 이조좌랑과 무안현감을 지낸 박수근(朴守謹, 1674~?)의 4형제가 학문을 익히던 별당이다. 박수근의 아우들은 수인(守認), 수해(守諧), 수원(守源)이며, 4형제가 효도와 우애로 80세가 되도록 이곳에서 독서를 하며 정을 이어왔기 때문에 사로당(四老堂)이라 불리게 되었다.
사로당이 있는 매곡면 내동(內洞)마을은 황간읍에서 매곡면으로 들어오는 관문에 있다. 이 지역은 신라 때는 소라현(召羅縣), 고려 때는 경산부(京山府:경북 성주) 황계현(黃溪縣), 조선 태종 때 경상도로부터 충청도에 이관되어 청산현(靑山縣)과 합하여 황청현(黃靑縣)이 되었다. 1914년 행정구역개편 때 매곡면에 속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마을 이름은 안쪽에 마을이 있다고 하여 내동(內洞)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안골이라고도 불린다.
내동마을은 조선시대 초 장사랑(將仕郞)을 지낸 박지(朴址)가 한성부참군(漢城府參軍)을 지내고 이곳에 거주하던 부호 황간 견씨(黃澗 甄氏) 견계달(甄季達)의 딸과 결혼하여 정착하면서 충주 박씨 세거지가 되었다.
사로당은 1709년(숙종 35)에 처음 지었고, 종도리 장여에 상량문이 있어 1825년(순조 25)에 대대적인 중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로당은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아담한 누정형태의 팔작집이다. 바닥은 지면에서부터 약간 올려 설치되어 있고, 가운데 마루를 두고 동ㆍ서 두 개의 방으로 꾸며졌다. 둥근 기둥과 높은 마루 그리고 집을 둘러싼 머름형 난간이 누정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평면구성은 서쪽으로 정면 1칸, 측면 2칸, 동쪽 후면으로 정면 1칸, 측면 1칸의 방을 두고 나머지 부분은 우물마루로 되어 있다. 서쪽 방은 정면 가운데 바닥에 함실형태로 좁은 아궁이가 벽에 붙어 있고 뒤편에 가면 굴뚝을 따로 세워 달지 않고 양쪽 벽면에 높게 원형으로 구멍만 뚫린 굴뚝을 두었다. 고래는 당연히 뒤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높여 경사지게 하여 불길이 잘 들어가도록 하였을 것인데, 이에 맞추어 온돌바닥을 높게 만들어 정자기능도 부여하였다.
이렇게 굴뚝이 없는 난방구조는 이 지역의 삼괴당(三槐堂)이나 영모재(永慕齋)에서도 보이는 것으로 독특한 난방구조이다. 굴뚝을 따로 세워 달지 않은 것은 유학자의 은둔적 사고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즉, 따뜻한 온돌방에서 편히 쉬는 것도 부덕하게 여겼기 때문에 굴뚝을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유학적 덕목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다.
동쪽방은 현재 온돌이나 아궁이, 굴뚝시설이 없고 창호가 들어열개문으로 되어 있으며, ‘완락재(浣樂齋)’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완락재’는 “옷자락을 가지런히 하고 즐긴다”는 뜻이니 4형제가 학문을 연구하고 심신을 수양한 아담한 방의 당호로서는 이보다 적절한 것이 없다.
사로당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동쪽 방 전면에 설치된 문이 될 것이다. 토벽을 두지 않고 벽 전체를 문얼굴로 설치 후 정자살을 짜 만들었고, 문얼굴 전체를 개방할 수 있도록 들어열개문으로 만들었다. 문을 들어 올려 고정하면 실내외가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된다.
여기에 매력을 더하는 것이 문 속의 문이다. 중앙의 고정된 문 가운데를 뚫어 작은 이분합 띠살문을 달았다. 날씨가 덥거나 필요시에는 문을 모두 들어 열어 마루와 방의 구분 없이 전체를 하나의 큰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평상시에는 이분합 띠살문만 사용하는 한국인의 미감과 생활의 지혜가 낳은 걸작이 아닐 수 없다.
돈목당(敦睦堂)이란 현판이 걸린 중앙칸 기둥 사이에는 위로 활처럼 휜 우미량을 얹어 기둥과 기둥을 연결해 주고 있는데 이 점도 사로당에서 볼만한 모습이다.
영동 사로당은 온돌구조를 지표에서 높이 올려 마루구조와 결합된 특징을 갖춘 전형적인 별당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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