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9.10.10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드디어 두 달간의 임신기간을 거쳐 누렁이가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수컷은 애비를 닮아 하얀 색깔이고 암컷은 어미를 닮아 누렁이다. 개들은 지아비의 털색을 이어받는다. 이번에도 역시 혈통서가 있는 진돗개 씨를 받았으니 오리지널 좋은 품종의 진돗개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며느리는 강아지들에게 각각 하미와 까미란 예쁜 이름을 지어주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기뻐하였지만, 특히 세 살배기 손녀가 가장 좋아한다.
지난번 농장을 사단 냈던 멧돼지 들고양이, 족제비, 고라니는 개의 똥 냄새만 맡아도 도망가는 처지이니 이들 진돗개를 농장에 데려다 놓을 작정이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 진돗개들이 토끼와 닭을 해치지 않을까 두렵다. 개와는 토끼나 닭이 어울릴 수 없는 관계의 동물들이다. 자칫 빈대 몇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닐까 염려되기도 하다.
요즘 주말이면 서울에서는 대규모 집회로 매우 어수선하다. 지난주에는 조국 정국이 ‘두 개의 광장’을 열었다. 서초동에 모인 이들은 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장관 지지를, 광화문으로 간 이들은 조 장관 사퇴와 문재인정부 반대를 외친다. 두 쪽으로 갈라진 것처럼 보이는 광장.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들 중간 사이에 칼자루를 쥔 사람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현재로선 그렇다. 윤석열. 그는 누구인가?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 이재용을 법 앞에 세운 사람. 윤석열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임명한 사람이라면 조국 또한 법무장관에 내세운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윤석열은 대학 동기생보다 8년 정도 늦게 임용되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가 지검장이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되었다. 검사로서 이룰 것은 다했다. 중요한 사실은 그의 가계다. 그의 부모가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사람이고 논산의 유명한 고집쟁이 명재 윤증의 후손이다. 속칭 뼈대가 있는 집안이다. 윤총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었다.
지금 윤석열은 어떻게든지 조국을 구속시키려 하고 있다. 윤석열이 먼저 조국을 잡아넣지 못하면 조만간 조국이 윤석열이의 옷을 벗길 것이다. 법무부를 장악한 조국이 윤석열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계속 조국에 대해 도전을 할 것이고 조국은 명령 불복종, 즉 항명을 근거로 윤석열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법무부라는 조직 구조를 볼 때, 윤석열이 조국을 구속시키는 상황보다 조국이 윤석열을 해고하는 것이 빠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윤석열이 해고당하게 되면 그냥 호락호락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騎虎之勢다
또한 서초동과 광화문 사이엔 ‘사이’가 존재한다. 정권이 교체돼도 해결되지 못한 불평등, 사회가 주목하지 않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두 개의 광장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다. “세상이 다시 납작해졌다. 오직 두 갈래만 존재하는 것처럼 쪼개졌지만, 그 사이 어디에도 포함될 수 없는 수많은 섬들이 존재한다”며 모인 이들은 서초동과 광화문 어느 곳에도 그간 자신들이 외쳐 온 목소리가 투영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깃발을 들고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이 소수자들의 집회까지 합치면 대한민국은 지금 3개의 집단이 아전 투구를 벌이고 있다.
종자부터가 그 어느 개보다 충성심이 강한 진돗개다. 물론 나를 물지는 않지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터전. 나의 농장. 그곳에서 살고 있는 토끼와 닭과 갖가지 농작물들을 나와 같이 여겨줄 것인지. 이미 야성의 기질이 몸에 밴 어미는 안 된다. 까미와 하미를 새끼 때부터 농장 식구들과 어울리게 하면 곧 같은 가족으로 알고 사이좋게 지내리라 본다. 그 사납다는 사자도 길들여진다는 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