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윤 동 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길이 주는 의미는 다양합니다. 여러 갈래의 삶처럼 누군가의 시선에 따라 길도 달라집니다. 인생이란 길 위에서 시작되고 길 위에서 끝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작이 그랬듯 끝도 어디서 마침표를 찍을지 모릅니다. 그 길은 돌과 돌을 끼고 한없이 이어지고, 저녁에서 아침으로, 다시 저녁으로 이어집니다. 눈물도 부끄러움도 길에서 느끼는 것이고 보면 멈출 수 없는 것이 길이 아닐까요? 나를 찾아가는 길이 운명인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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