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
오직 하나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7.11.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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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 백인혁

올해도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산의 자태와 노랑과 선명한 빨강, 알밤 같은 진한 색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아름답다는 말만 연신 되뇌며 10월을 보냈습니다. 많은 사람이 산에 오르기에 함께 사시는 할머니에게 `산에 한 번 다녀오시지요.'했더니 `아 저는 당뇨환자여서 산에 가다 당 떨어지면 죽어요.'라며 안 가십니다.

그래요! 산을 붉게 물들인 단풍잎도 알고 보면 지금 떨어져 죽기 일보 직전인데 우리는 아름답다고 구경 갈 생각이나 하고 있지요. 떨어지면 죽지요. 산에 가서 순간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져도 죽을 수 있고, 사람이 맥 떨어져도 죽을 수 있고 숨 떨어져도 죽을 수 있는 등 무엇이든 떨어지면 죽을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우리 집 식량이 떨어져 이제 굶어 죽겠다고 하시던 말씀에 하도 걱정이 되어 식량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징징거리는 저를 보고 너도 어서 커서 돈 많이 벌어 식량을 창고에 가득 쌓아 놓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함께 사시는 할머니께 당 떨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냐고 했더니 늘 사탕을 가지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래요 많은 사람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무엇인가를 비축해 두려는 것도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그런데 쌓아둔 것은 안 떨어지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 떨어지니 문제가 되지요.

그렇지요. 쌓아둔 것이 떨어지면 대체가 가능하지만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 떨어지니 문제가 됩니다. 우리 주위에는 대체가 불가능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몸이나 마음은 세상에 유일한 것이지요. 나만이 오직 하나가 아니라 옆 사람도 세상에 오직 하나요 내가 만든 수제품도 오직 하나요 공장에서 같은 모습으로 찍어내는 물건조차도 오직 하나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직 하나뿐인 것들을 사용할 때 우리는 아끼고 소중하게 여깁니다. 그런데 이 세상 모든 것이 유일한 것이요 소중한 것이라면 모두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껴야 할 것입니다. 혹자는 지금 못하면 나중에 다시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결국 나중은 없습니다. 또한 우리 몸의 장기나 신체 어느 부위가 제 기능을 못하면 바꾸어 끼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원래 것만 못할 뿐 아니라 불편만 가중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은 다 오직 하나뿐이어서 떨어지면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받아들여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소중히 생각해 주며 꼭 필요한 곳에 잘 사용하다가 물려주겠다는 마음일 때 더 멋지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시장에 다녀오시면 과자나 사탕을 사다 줄 때가 있었습니다. 조금씩 나눠주면 우리 형제들은 소중하게 아껴먹는데 개중에는 일찍 한 입에 털어 넣고 다른 형제들 것을 얻어먹으려고 하는 동생도 있었지요. 그런데 그런 사람은 나중에도 그 성격을 못 버리고 늘 부족해서 남의 것을 기웃거리며 일생을 살더군요.

오리가 물 위에 한가로이 떠있는 듯 보여도 오리발은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태평하게 지내는 사람 속에서도 심장은 끊임없이 뛰고 있으며 폐 또한 어느 한순간도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무엇인가를 하고 살아갈 때 반드시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그 어떤 것을 사용하게 됩니다. 어느 것이 되었든 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내가 사용하는 이것은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의 가치를 빛내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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