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 농장 3㎞ 방역대는 보은군의 전체 소 2만9741마리(젖소 38농가 2347마리, 한·육우 812농가 2만7124마리)의 15%를 사육하는 축산 밀집지역이다.
하지만, 구제역이 8일 만에 7개 농장으로 확산하면서 3㎞ 방역대 내에서 사육 중인 소 4432마리(젖소 14농가 1302마리, 한·육우 74농가 3130마리)의 22%에 달하는 975마리가 살처분 됐다.
보은지역에서 사육 중인 전체 소와 비교할 때도 3.3%에 이르는 것이다.
지난 5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마로면 관기리 젖소 농장의 소 195마리를 시작으로 8일 4개 농장 182마리, 9일 1개 농장 151마리, 10일 2개 농장 223마리, 11일 1개 농장 68마리, 12일 1개 농장 3마리, 13일 4개 농장 153마리 등이다.
상황이 이렇자 이 지역 축산 농가가 초토화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주민의 생활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축산 농가는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때부터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있고, 이웃 주민도 혹시 축산 농가에 피해를 줄까 봐 왕래를 끊은 지 벌써 열흘이다.
지역 주민의 소통과 만남의 공간인 경로당과 마을회관도 모두 문을 걸어 잠갔다.
마을에는 방역당국이 설치한 통제초소에서 드나드는 차량을 소독하는 사람들만 보일 뿐 주민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마로면의 한 축산 농장주는 "구제역 확산으로 보은지역 최대 축산단지가 붕괴되고 있다"며 "구제역이 더 확산하면 나중에 회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보은군 관계자도 "탄부와 마로의 축산 기반이 붕괴되면 그동안 명성을 이어온 '조랑우랑' 한우는 물론 보은지역 축산업 전체에 큰 타격"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구제역이 종식되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음식점을 자진해서 휴업한 곳도 있다. 구제역 영향으로 손님의 발길이 준 데다 손님이 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보은군 마로면 소재지에서 음식점을 하며 한우도 키우고 있는 한 업주는 "음식점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불편해하거나 자칫 구제역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어 음식점 문을 닫았다"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 뒤 구제역이 잦아들면 다시 문을 열 생각"이라고 했다.
지역 주민은 구제역 발생 후 모든 한·육우를 대상으로 접종한 백신의 효과를 바라고 있다.
항체가 안정적으로 형성되는 오는 21일까지만 잘 버티면 더는 구제역이 확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충북도도 바이러스원을 근원적으로 제거해 구제역을 보은지역에서 종식하기 위해 3∼10㎞ 지역의 방역도 대폭 강화했다.
15일부터 18일까지 육군 37사단 장비와 장병까지 지원받아 마로와 탄부지역을 대상으로 소독 총력전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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