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두 길
그들의 두 길
  • 김경수<시조시인>
  • 승인 2017.02.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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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경수

어느 가난한 마을에 성주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성주에게 곡식을 받치며 굽실거렸다. 여동과 구동의 부모는 곡식이 적다고 성주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성주는 사람들 앞에서 거드름을 피웠다. 여동은 성주가 부러워 보였다. 구동은 부모와 사람들이 안타까워 보였다. 여동과 구동의 부모는 성주처럼 살라고 했다. 여동은 당당하게 성주처럼 살겠다고 하였다. 구동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동과 구동은 성주처럼 살기 위해 성주 밑에서 일을 했다. 여동은 성주처럼 힘 있는 사람이 되어야 잘 먹고 잘 사는 길이라며 힘없는 사람들이 어리석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구동은 그런 성주의 힘은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하는 것이라며 힘없는 사람들이 가엽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주는 여동과 구동에게 잔치에 쓸 곡식을 거둬오라는 일을 시켰다. 여동은 신이 나게 성주 행세를 하며 곡식을 거둬갔다. 그렇지만 구동은 곡식을 거둬 가면 사람들은 어찌 살아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구동은 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보고 차마 거둬 갈 수가 없었다. 성주는 여동에게 상을 내리고 귀여워했다. 반면에 구동은 성주에게 크게 꾸지람을 듣고 벌이 내려졌다.

그리고 얼마 후 마을이 도적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구동은 성주에게 사람들을 보호해달라고 하소연하였다. 하지만 성주는 못 들은 척 딴전을 피우고 있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구동은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어디선가 어린 아이가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동은 도적들과 맞서 싸웠다. 사람들은 상처를 입고 희생도 너무 컸다. 구동은 성주가 몹시 실망스러웠다. 갈수록 여동은 성주에게 칭찬을 받으며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구동은 성주에게 늘 구박을 받아가며 낮은 자리에서 가난을 면치 못했다. 여동은 구동에게 왜 그렇게 사느냐고 나무라듯 비웃었다. 구동은 자신이 가는 길이 잘된 선택인지 알 수 없었다. 여러 해 마을 사람들은 가뭄과 홍수로 시달렸다. 그런데도 여동은 사람들에게 재물과 곡식을 꼬박꼬박 챙겨갔다. 사람들은 희생을 치러가며 먹을 것을 구하러 다녀야만 했다. 구동은 그런 모습을 보며 방황했다. 그러던 중 사람들 속에서 부모와 이웃과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구동은 그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가야 할 길이 분명해 진 것 같았다.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구동은 그들을 떠나 사람들과 함께 하기로 하였다. 갈수록 사람들은 굶주리는데도 성주와 여동은 더 많은 곡식을 가져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호락호락 곡식을 내어 주지 않았다. 구동과 사람들은 곡식을 지키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았다.

그들의 길이 둘로 나누어져 있었다. 누구는 이 길을 선택하고 누구는 저 길을 선택했다. 구동이 처음부터 이 길을 선택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길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성주와 여동에게 조그만 배려와 양보가 있었다면 구동은 성주와 여동을 떠나는 선택을 했을까? 또한 구동이 약자의 모습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길이 내세울 거리도 아닐 것이다.

선택의 색깔은 다양하다. 욕망을 위한 선택, 사랑을 위한 선택, 그 외에도 수많은 선택이 있다. 그것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길이라 해도 그렇다. 과연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해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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