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11월 흔들리는 베어벡호
죽음의 11월 흔들리는 베어벡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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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친선전·아시안컵 예선 등 3개 대표팀 과제 산적
   
베어벡호가 출범 3개월만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 야심차게 출항에 나서 2007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 확보 등 순조롭게 항해하던 베어벡호는 '죽음의 11월'을 맞아 난파 위기에 놓였다. 너무 과도한 선적 때문이다.

베어벡 감독은 현재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아시안게임 대표팀 등 총 3가구의 '가장'이다. 누가 보더라도 무리한 집안 살림이다. 대한축구협회와 베어벡 감독은 오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달성하기 위해 일찍이 젊은 선수들을 발굴,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뜻에 동감해 한국 축구에 대해 잘 아는 베어벡 감독이 3개 팀을 총괄하기로 했다.

베어벡 감독 역시 취임 당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지겠다. 한국형 토털 축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뒤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우승, 올림픽 및 월드컵 8강을 이루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현재 놓인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3개 대표팀이 11월 들어 일정이 겹치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 11월 14일과 21일 한·일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가 열리고, 15일에는 아시안컵 예선 이란과의 원정경기를 치른다.

또한 K리그 플레이오프와 FA컵 4강 등 잔여 일정이 있어 선수 차출에 어려움이 따르며, 올림픽대표팀의 대안이기도 한 청소년대표팀도 AFC청소년선수권대회 4강 진출로 뒤늦게 합류할 수 있는 상황이다. 28일로 예정된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방글라데시와의 1차전까지 수없이 많은 대표팀 경기가 놓여진 것. 베어벡 감독은 이에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일정과 나름의 대비책을 밝혔지만 모두 정신없는 일정에 혼란만 가중시켰다.

베어벡 감독 스스로도 "3개 대표팀 일정이 겹치는데다 K리그 플레이오프와 FA컵 4강이 남아 있어 상황이 복잡하다. 솔직히 그 어느 지도자가 만족할 수 있느냐"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단 베어벡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택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잦은 대표팀 이동과 K리그 플레이오프 일정에 이은 아시안게임 참가에 따른 피로 누적 등으로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역대 대표팀 사례 가운데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고도 중동 원정경기서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거머쥔 적은 많지 않다. 쉽지 않은 행보다. 더욱이 문제는 베어벡 감독을 도울 참모진은 극히 적다는데 있다. 그의 안방 살림을 도와주는 코칭스태프는 압신 고트비와 홍명보 코치, 코사 골키퍼 코치 등 단 3명에 불과하다. 이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올림픽대표팀을 조련할 청소년대표 최익형 골키퍼 코치의 보강 외에는 없다. 이마저도 14일 한·일전 홈경기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베어벡 감독은 이란전을 마친 후 곧바로 일본으로 이동, 올림픽대표를 진두지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어찌보면 더 중요한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UAE 두바이 적응 훈련은 압신 고트비 코치와 코사 골키퍼 코치, 단 2명이 하게 돼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를 재빠르게 파악했을까. 베어벡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목표"라고 말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사냥에 다소 뒷걸음질을 했다. 불과 3개월전 우승을 거머쥐겠다는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었다.

"주어진 환경에 맞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베어벡 감독은 3마리 토끼 사냥을 모두 성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일정에 따른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혼선과 체력문제 등으로 모두 다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성적 부진'은 베어벡 감독의 향후 연장 계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뿐더러 '아시아의 맹주'로 다시 군림하려는 한국의 이미지 실추에도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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