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담배의 불편한 진실
까치담배의 불편한 진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1.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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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개비담배보다는 까치담배가 듣기에 더 살갑다. 개비의 잘못된 표현이 까치이지만 어쨌든 담배의 낱개 판매가 유행이던 70~80년대의 서민 공통어(?)는 까치담배였다. 이러한 까치담배가 30여년만에 부활했다고 해서 연일 호들갑이다. 무려 세 번이나 강산이 변했을 과거로 시계바늘을 돌려놓는 현상 자체가 우선 흥미롭다. 

한데 주목할 것은 똑같은 까치담배이지만 그것이 안기는 의미는 자못 다르다는 사실이다. 30년전엔 담배 한갑도 부담스러운 가난한 사람들이나 학생 청소년들이 구입, 서로 돌려 피우며 우정과 소통까지도 나누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매개체였다면 지금은 담뱃값이라도 아껴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수단이 된 것이다. 아마 지금 까치담배를 피우는 사람들한테 같이 돌려 피우자고 말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주먹세례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같은 까치담배가 사회적으로 매도될 때가 종종 있었다. 당시만 해도 판매금지였던 외산담배 즉 양담배 거래의 은밀한 창구가 되다보니 돌연 단속에 걸려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때문에 그 때 나온 말이 ‘양담배를 집에서 피는 잘난 놈들은 따로 있고 길거리의 거지들만 잡아가느냐’는 푸념이었다. 까치담배의 의미는 이렇듯 늘 이중성을 띠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누가 짜고친 건 아니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까치담배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온통 복고(古)들이 넘쳐난다. 극장에선 역시 70년대가 주 무대인 ‘국제시장’이 영화판을 흔들고 있고 가요계에선 난데없이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90년대 히트곡들이 엄청난 기세로 부활했다. 이를 소재로 한 무한도전이라는 TV프로는 초유의 시청률로 아예 판을 깨고 있다.

정확하게 우리의 인식을 3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 또 있다. 통진당 해산을 시발로 난데없이 ‘독재 타도!’라는 외침이 거리에 등장한 것이다. 이 구호는 1987년 민주항쟁을 고비로 사라졌던 터라 당시의 상황을 몸으로 겪었던 사람들조차 듣기에 아주 불편했다.

흔히 복고라는 단어가 가장 자연스럽게 출몰하는 패션계가 이 단어에 내리는 진단은 분명하다. 복고는 현실의 고단함을 벗기 위한, 더 나아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의 발로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색다른 것의 추구이지만 그 내면은 현실도피의 판타지를 향한 귀의(歸依)의 속성이라고 정리한다. 그래서인지 유행에서의 복고는 절대로 지속적이거나 영속적이지 못했다.

1920년대에 미국을 구렁텅이로 빠뜨린 대공황의 여파 또한 복고문화였고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사회적 현상 역시 복고 열풍의 깜짝 등장이었다. 이렇듯 문화적 트렌드에서의 복고는 필히 경제불황, 그리고 사회적 불안과 함께 했고 그것은 곧 현실에 대한 좌절의 표현이나 다름없었다.

담배 한갑에 붙는 세금이 전체 가격의 70% 이상인 것을 보면 담뱃값의 2배 인상은 결국 서민 주머니를 털어 코도 안 풀고 세수를 늘리려는 꼼수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골이 잔뜩 나 있는 국민들한테 요즘 이 나라 위정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재벌총수의 가석방을 합창하며 경제를 외친다. 

그 재벌총수라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 회사의 천문학적인 돈을 도둑질하고 횡령한 파렴치범들로 나라의 정상적인 경제활성화를 위한다면 오히려 이들을 감옥에 더 가둬두는 게 옳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조세저항은 다름아닌 차별과 박탈감의 분출이다. 

멀게는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가깝게는 비선들의 국정농단까지 국가의 모든 현안이 권력과 정권의 입맛에만 맞춰 처리되고 재단된다면 결국 국민들이 기댈 것은 현실도피 내지 외면밖에 없다. 근자의 복고열풍이 재미가 쏠쏠하면서도 결코 반갑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영속적이지 못하다는 ‘복고(古)’는 그러기에 미래지향의 지혜로움을 억제하는 일종의 발달장애일 수도 있다. 마치 30년 전의 까치담배가 상호소통의 상징이었다가 지금은 되레 팍팍하고 답답한 사회에 또 하나의 단절(斷絶)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까치담배는 참으로 반갑다! 젊은 날의 아련하고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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