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것들에 새 숨결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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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4.12.22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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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를 가다 <3> ICT 지향적이지만은 않은 뉴욕시의 정책

# 뉴욕의 명소 `그린마켓'

마약거래하던 공원 도시민 - 농민 상생의 공간 탈바꿈
시정부 직거래장터 개설  농민들 유기농 농산물 공급


뉴욕의 스마트시티 정책은 ICT 지향적이지만은 않다는 게 특징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시민들이 보다 안녕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맨해튼 도심 한복판에서 찾을 수 있다. 유니온스퀘어 광장에서 열리는 그린마켓이다.

유니온스퀘어는 원래 공동묘지였으나 1839년 공원으로 조성됐다. 이후 거리의 부랑자들이 몰려들고 마약이 거래되는 공원으로 전락했으나 1976년 뉴욕시 환경위원회(Co uncil on the Environment of New York City)가 그린마켓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뉴욕시의 명소가 됐다.

그린마켓은 농산물 직거래 장터다. 중간 유통상들의 폭리로 농부들이 피해를 입자 뉴욕시는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간 상인 없이 소비자와 직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뉴욕시민들은 신선한 유기농 채소와 과일, 목장에서 농부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치즈, 육류 등을 구입한다. 유명 식당들도 고객이다.

뉴욕시 주변 농부들이 직접 자신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들고 나와 30여개의 점포에서 매주 월, 수, 금,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판매한다.

이 유기농 시장은 맨해튼 이외에 브롱크스와 브루클린, 퀸스 등 뉴욕의 각 자치구 중심지 7곳에서 요일별로 운영된다. 이 시장에는 인근 322km 이내 뉴욕과 롱아일랜드,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등 5개 주의 농가 23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제이미 게하링(Jamie Gae hring) 유니언 스퀘어 시니어 마켓 관리자는 “그린마켓은 도시민이 찾기 쉬운 장소에 정기적으로 시장을 개설해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고, 농민에게 수익 창출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라며 “도시와 농촌, 도시민과 농민, 사회적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협력체계를 구축해 성공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 뉴욕의 랜드마크 `하이라인파크'

 

도심 흉물 폐고가鐵 철거하지않고 도심하늘공원 조성

1억5000만달러 투자해 20억달러 경제파급효과 결실


뉴욕의 또 다른 명소 중 하나인 하이라인파크(High Line Park)는 그린마켓처럼 ICT지향적이지 않은 스마트시티 정책의 최대 성과물 중 하나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폐 고가철도를 철거하지않고 복원해 공원을 만들었는데 세계 관광객들이 연일 이곳을 오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이라인파크는 2009년 제1구간이 첫선을 보였다.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남서쪽 지구인 첼시에서 뉴욕 20번가까지 폐 고가철로가 공원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어 뉴욕 30번가까지 1.6km 구간이 2차로 개장했고, 지난 9월 34번가까지 3단계 사업을 끝으로 총 2.5km 전 구간이 개통됐다. 공원 전 구간을 산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

하이라인파크가 주목받는 것은 도시 재생 프로그램의 롤모델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던 흉물-폐 고가철로-을 없애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다 자연을 입혔다. 높이 9m, 폭 6~10m의 왕복선 철로변에 나무와 잔디를 심고 편히 쉴 수 있는 의자와 운동시설 등을 갖춰놓았다. 개장 후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도심 한복판 허공에 떠있는 공원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특히 뉴욕 맨해튼의 도심 하늘에서 발아래로 지나다니는 전차와 버스, 휘황찬란한 상가 거리를 조망하는 즐거움에 환호했다.

유형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는 점에서도 성과는 대단하다. 공원 복원사업에 10여 년간 1억5000만달러를 투입했는데 현재는 20억 달러 이상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욕시에 따르면 현재 연간 500만명의 관광객이 하이라인파크를 방문하고 있으며 인근에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폐철도 인근에 위치해 매기가 전혀 없었던 주변 부동산 가격은 최소 2~3배 이상 뛰었다.

“시민 주인의식이 성공 열쇠”
<인터뷰> 린다하먼 하이라인파크 자원봉사자

“하이라인파크는 폐 철도 인근에 사는 평범한 청년들이 만든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했습니다. 모두가 철거를 주장할 때 그들은 공원 복원 프로젝트를 제안했죠.”

2012년부터 3년째 하이라인에서 관광해설사로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린다 하먼씨(Linda Harmon)는 “젊은 청년들의 ‘맹랑한’도시 재생 의지를 시 당국과 반대론자들이 경청하면서 받아들인 점을 높이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규만 따지지 않고 시민들의 합리적인 제안을 받아들인 공무원, 예산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시시콜콜 간섭하지않고 민간 자율 기구에 운영을 맡긴 정부, 공공시설물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저마다 맡은 역할을 다해준 시민 공동체가 없었으면 하이라인 프로젝트는 실패했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천안 이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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