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그리고 문과와 이과
인터스텔라. 그리고 문과와 이과
  • 정규호 <문화콘텐츠 기획자>
  • 승인 2014.1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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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정규호 <문화콘텐츠 기획자>

우주 과학에 대해 꾸며내거나 지어 낸 이야기를 공상과학소설(SF:Science Fiction)이라고 한다. 

국어사전에는 과학적인 공상으로 상식을 초월한 세계를 그린 소설이라는 뜻풀이가 되어 있다. 그런데 가만보자. 요즘에는 공상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 것 같은데…. 다시 국어사전을 들춰보니 공상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것을 막연히 상상함. 또는 그런 생각으로 되어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가 지난 6일 개봉 이후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한국의 경우는 별로 해당되지 않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공상과학소설이 여전히 수많은 고정 독자층을 거느리며 매력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은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거나, 오직 꿈속 또는 공상의 세계에서나 꾸며낼 수 있는 가상의 허풍, 즉 뻥-이라는 식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런 미래 예측은 조지오웰의 소설<1984>의 이야기들이 현실의 1984년에 비슷하게 벌어지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현실의 그해 1984년 스티브 잡스에 의해 애플사의 매킨토시 개인용 컴퓨터가 최초로 출시됨은 소설<1984>속 빅브라더의 지배와 지금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빅데이터와 무엇이 다른가. 

그해 LA올림픽에는 공산권 국가 대부분이 참가를 거부하는 바람에 참가국과 비참가국을 구별한 세계지도가 소설 속 나라의 구분과 흡사하다는 점 또한 현실의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면서 공상은 자연스럽게 상상으로 변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우주관,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단지 허무맹랑한 공상이 아니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실현 역시 가능하다는 믿음이 커지면서 상상력의 세계는 그만큼 넓어지고 있고, 그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의 힘은 (현재까지) 무려 600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각설하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유난히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스텔라>의 줄거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과학 지식이 필요하다. 거기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물론이거니와 백뱅과 웜홀, 블랙 홀, 화이트 홀 등 우주에 대한 과학 이론의 기초적 개념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게다가 중력이 어떻고, 시간이 저떻고 하는 대목에 이르면, 굳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무작정 외우기 급급했던 학창시절의 과학시간을 떠올리면서 당연히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을 하소연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도 이 영화 <인터스텔라>는 그런 머리 복잡함을 너끈히 넘어서면서 박스오피스 선두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는 가족과 운명, 그리고 무언가 우리를 지켜주거나 구원해주기를 바라면서 간절한 기원을 추구하는 절대 신에 대한 의지에서 비롯된 사고 방식이 있고, 무엇보다도 세대와 세대를 끊임없이 이어가려는 혈육애와 인간에 대한 각별한 정(情)이 있다.

<인터스텔라 Interstellar>는 행성간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별에 대한 이야기인데, 고구려 고분에 그려지거나, 조선 세종조의 천문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 등 별자리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연구, 관찰을 줄기차게 이어온 우리 민족의 역사 의식이 이 영화를 통해 꿈틀대고 있음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설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영화를 보고 가족 간의 관계와 정에 대해 주목했다면 그는 문과 성향이고, 중력이나 시, 공간의 이동 등에 흥미를 느꼈다면 이과적 성향을 가진 것이라는 대입을 앞둔 자녀에 대한 판단 기준인데, 그만큼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에 대한 관심은 가공할 만하다.

영화조차도 학습과 성공적인 대학입시를 통한 각성의 기회로 삼는 현실은 우려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탓할 수야 있겠는가.

다만 이런 이야기를 통해 난해하게만 여겼던 우주 물리학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콘텐츠를 우리도 만들어야 할 당위성이 하나 더해진 것.

청주가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통해 세계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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