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공화국
괴담공화국
  • 신동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7.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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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신동학 <칼럼니스트>

우리 사회에 괴담이 여전함은 세월호 사건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고 그 위력도 여전했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에서나 커다란 변혁기나 사건, 사고가 터졌을 경우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유난하다. 가히 괴담공화국이라 할 만 하다.

나름대로 논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 것들도 있으나 대개는 출처도 알 수 없는 불신과 선동을 조장하는 황당하기까지 한 내용들이 더 많이 떠돌아 다닌다. 대중들은 여기에 동조하여 확산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내용도 의혹, 루머, 유언비어를 넘어 괴담수준으로 발전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자체가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기도 한다.

확산속도도 트위터,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가 주요 전파수단이 되면서 카페를 중심으로 한 악플의 형태로 나타날 때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런 현상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리 국민의 이념적 성향과 불합리한 사회적 제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정치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다. 정부의 무능한 대처가 의혹을 불러일으켜 책임론이 등장하고 이어서 음모론으로 발전하며 괴담으로 진행된다. 정부가 무능을 감추기 위해 정보를 차단하거나 왜곡하면 특히 그렇다. 여기에 정치가 개입하면 사건의 본질은 뒷전이고 정파 간, 이념 간 대결로 확산되기 일쑤다.

이념적 편향성도 원인이다. 사건의 성격과 진행과정, 해결 방법 등이 자신의 이익이나 이념과 배치될 때 이를 뒤집기 위해 사실을 과장하거나 악의적이고 황당하게 조작해 퍼뜨리는 경향이 있다.

계산된 괴담도 있다. 사회적 책임을 더 하여야 할 위치에 있는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시중에 나도는 말들을 적절히 확대 재생산하면, 이를 언론이 나서서 보도하고, 다시 SNS로 퍼지는 순환을 이루는 경우다. 정치를 희화시키고 불신을 심화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원인이야 어떻든 대부분이 익명 뒤에 숨어서 시작된다는 것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그 비용은 결국 모든 국민이 분담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에게 회생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괴담의 근원을 추적해 엄벌한다느니, 인터넷 실명제를 강화한다느니 대책들이 오르내렸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처리를 정확히 해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지만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첨예하게 얽혀있는 현실에서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정부나 공공기관이 신뢰를 회복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기반을 만드는 데는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그리고 언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특히 언론이 윤리강령만 제대로 지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악의적 유포자의 처벌과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는 헌법상의 귀중한 가치이지만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 헌법도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표현이 실정법상으로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였다면 당연히 처벌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터넷실명제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법의 정의를 세우는 일이자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함께 보호하고 사회적 비용과 피해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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