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검찰비판은 사치… 피해자 없어야"
"내게 검찰비판은 사치… 피해자 없어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4.02.16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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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뢰혐의 현직 경찰관 항소심 무죄 선고
15년 베테랑급 형사...수사분야 촉·실력 정평

7년간 두번 기소·무죄...기구한 운명

“개인적인 억울함은 차치하더라도 충북경찰에 대한 주민신뢰도에 금이 간 것은 누가 책임지나요 가슴이 찢어질 듯 괴로울 뿐이에요.”

사건 당사자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충북지방경찰청 소속 신모 경위(49)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 경위는 무리한 수사로 기소한 것도 모자라 유죄를 입증할만한 증거 하나 없이 항소한 검찰을 비판할 법도 하지만, 경찰 조직에 대한 사과에 우선을 뒀다.

검찰은 7개월간의 항소심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만한 실질적 증거를 찾는 데 주력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결국 2심 재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무죄를 주장한 신 경위의 승리로 끝이 났다.

2012년 12월 구속되면서 대기 발령된 신 경위는 무려 1년 2개월 동안 결과가 ‘뻔한’ 재판을 준비하느라 몸은 녹초가 됐고 마음은 병들었다.

“검찰을 비판하는 마음조차 이젠 저에게 사치에요. 무리한 수사를 탓하는 것보다 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길 바라는 게 더욱 값지다고 생각해요.”

신 경위는 검찰에 의해 2차례 기소됐다가 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찰관으로선 ‘기구한 운명’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첫번째 시련은 2006년에 찾아왔다.

그해 12월 괴산군에서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는 업주에게 금품을 받고 관할 경찰서의 압수수색 사실을 전화로 미리 알려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신 경위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곧바로 항소한 그는 홀로 1년여간 검찰과 기나긴 싸움을 했다. 2008년 1월, 마침내 항소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판결로 굴레를 벗은 그는 수십억원대 유사석유 판매 일당을 검거하는 등 굵직한 사건을 척척 해결해나갔다.

5년이 지난 2012년 12월 그는 또다시 고난을 겪게 됐다. 후배에게 돈을 빌린 게 화근이 됐다.

검찰은 폭행사건에 연루된 후배에게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신 경위를 구속 기소했다.

결과는 역시 1·2심 모두 무죄였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의 근거다.

“하루빨리 복직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을 수 없기에 남은 경찰 생활을 후회 없이 열심히 하고 싶어요.”

수사·형사분야에서 15년 외길 인생을 살아온 신 경위는 ‘촉’과 ‘실력’을 모두 갖춘 베테랑급 외근 형사로 정평 나 있다. 범죄첩보입수를 위해 분야별로 정보원을 둔 그는 ‘마당발 형사’로도 통한다.

검찰이 ‘실익 없는’ 상고를 할지는 며칠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지만, 어느 시점이든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 신 경위는 곧바로 일선 치안 현장에 뛰어들 수 있다.

그는 ‘잠시 벗어놓은 제복을 다시 입으면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가 되자’고 한 자신과의 약속을 오늘도 조용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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