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관리 잘 되고 있나
철새도래지 관리 잘 되고 있나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4.01.22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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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엄경철 취재1팀장<부국장>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으로 전국이 초비상이다.

전북 고창의 AI 발병 가금류 농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림저수지에서 떼죽음한 가창오리와 큰기러기의 사인도 AI다. AI바이러스가 사람, 차량, 가금류 등에 의해 전파되는 것은 이동제한을 하는 등 차단예방이 가능하지만 날아다니는 새는 속수무책이다.

2003년 충북 음성과 진천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AI는 이후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발병원인으로 여러 매개체가 거론됐고, 그 중 하나가 철새였다. 정부와 지자체는 철새도 AI 전파 매개체로 보고 철새도래지에 대한 예찰활동을 강화해왔다. 철새도래지에서 야생조류 분변을 채취해 AI바이러스 감염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등 나름대로 신경을 써왔다.

이번에 가창오리와 큰기러기의 떼죽음 원인이 밝혀지면서 철새가 AI 주범이 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급하게 철새도래지에 대한 소독과 예찰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철새들이 도대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알 길이 없다. 정부조차도 혼선을 빚고 있다. 농림식품부와 환경부가 관리하는 철새도래지 정보가 다르다. 농림식품부는 37곳, 환경부는 22곳을 관리하고 있다. 예찰과 이동경로 추적 등에서도 시각차이가 있다.

중앙부처가 이러니 지자체는 말할 것도 없다. 충북의 경우 철새도래지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수치가 없는 듯 하다. 이번 AI 발병 주범이 철새로 확인되면서 도래지 관리에 나선 충북도는 청원군 소재 미호천, 진천 백곡저수지, 초평저수지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다.

증평 보강천까지 철새도래지로 분류했을 뿐 철새도래지와 철새 개체수, 이동경로 등에 대한 상세정보는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창오리와 큰기러기까지 AI에 감염됐다면 충북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충북은 내륙이지만 철새들의 남하와 북상의 길목에 있다. 대개 철새들의 이동경로는 서해안과 내륙 두 곳으로 알려져있다.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고 북상하는 철새가 있는가 하면 내륙의 물줄기 등을 따라서 이동하는 철새가 있다.

2007년 3월 가창오리 무리가 북상하면서 청원군 미호천 까치내, 오창일원에서 1주일 가량 머물렸다. 가창오리 등 철새가 이동하는 경로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충북지역이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큰기러기떼도 여러 차례 미호천 변에 날아들었고, 큰고니 등 다양한 철새들이 금강과 지류에서 월동하거나 이동 간에 휴식을 위해 머무르곤 한다.

충북의 중부·남부지역의 금강과 북부지역의 남한강, 그 지류 뿐 아니라 내륙의 호수, 저수지에도 월동하는 다양한 철새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청호와 충주호, 괴산호다. 대청호의 경우 중북부지역의 한파가 심할 경우 먹이를 찾아 큰기러기 등 철새 무리들이 자주 찾는 대표적인 내륙의 호수다. 충주호 역시 큰고니, 청둥오리 등 다양한 철새들이 찾는 등 내륙이면서도 많은 철새들의 월동지다.

도내 전역의 강변과 호수, 하천, 저수지 모두가 철새 도래지인 셈이다. 이번 전북 고창에서 시작된 AI의 주범이 철새라면 결코 충북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철새가 월동지역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2월 중순부터 철새들의 장거리 대이동이 시작된다. 월동을 마친 철새들이 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륙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이 충북을 거쳐가게 된다. 철새들이 충북을 지나가거나 잠시 머무는 기착점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이에 대비해야 한다. 10년전 음성 AI발병이후 청정지역을 유지했던 충북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북상이 시작되기 전에 철새의 내륙 이동경로와 세밀한 철새도래지를 파악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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