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람들
위대한 사람들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3.06.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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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행복칸타타
강대헌 <에세이스트>

“팬 여러분, 지난 2주 동안 제가 앓고 있는 질병에 관해서 들으셨겠지요. 하지만 오늘, 저는 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야구장에서 17년이나 뛰었고 팬 여러분들로부터 친절과 격려만을 받았습니다. (중략) 당신을 가르치고 키우기 위해 평생을 바친 부모님이 계시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힘의 근원이 항상 되어주고 당신이 가능하다고 꿈꿨던 것보다 더 많은 용기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내가 있다면 그것은 제가 아는 최고의 일입니다. 저는 고통스러운 질병을 앓고 있지만, 위대한 삶을 살았다고 말씀드리면서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939년 7월 4일,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루 게릭(Henry Louis Ge hrig)의 은퇴 소감이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위대한 삶일까요 ‘위대하다(great)’라는 말이 들어간 두 편의 영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요.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입니다.

1. 타임지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을 영화로 만났다. 피츠제럴드가 말한"매우 놀라우며 아름다운 것,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구조의 새로운 글"을 영상으로 옮겨 놓은 작업에 박수를 보낸다.

2. 제1차 세계대전 직후 1922년 뉴욕의 모습은 실낙원(失樂園) 이후에도 계속 찾아온 인간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똑바로 쳐다보게 만들었다.

3. “우리는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라는 대사는 슬픔이기도 하면서 기쁨이기도 한 인생의 속성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4. 닉(맥과이어 분)이 개츠비(디카프리오 분) 앞에 붙인 ‘위대한’이란 말 앞에서 나는 한 없이 쩨쩨해지고 만다. 데이지(멀리건 분)만을 사랑하기에 자신의 삶을 파멸로까지 불태워 버린 개츠비의 순수한 위대함 때문에, 그의 부패하지 않은 꿈 때문에.

5. ‘개츠비적(Gatsbyesque)’이란 신조어까지 만든 걸작이여! 없던 말을 남겨 놓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2)〉입니다.

1. 2만대 1의 경쟁을 뚫고 최고의 스파이로 거듭난 원류환(김수현 분)의 미션은 달동네 슈퍼집 바보 방동구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는 미션에 100% 충실했다.

2. 영화는 삶의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1) 은밀하게 추진하라: 자신의 존재감을 목표의 용량만큼 소리 내지 말고 꽉 채워라. (2) 위대하게 죽어라: 살려고만 하지 말고 죽음도 무릅써야 한다. 그래야만 길이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의 꽉 채워진 존재감으로 허례허식을 물리쳐라.

3. 슈퍼집 짠순이 아주머니가 방동구를 주려고 만들어 놓은 비밀 통장의 위력은 메가톤급이었다. 통장 안에서 방동구에 대한 지칭어(指稱語)는 놀랍게 변했다.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을 지금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

4. 영화를 만든 장철수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지만,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으로 보고 싶다. 그의 전작(前作)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에 이어 카운터펀치를 날렸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김 감독보다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서 대중에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5. 그런데 영화가 아니라 배우 김수현을 보러 온 수 많은 십대 팬들을 어찌 하리오.

“위대한 사람은 벌레를 짓밟지도 않고, 황제에게 굽실거리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토머스 풀러(Thomas Fuller, 1608~1661)의 말은 자못 의미심장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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