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는 NLL이 통곡하겠다
이러다가는 NLL이 통곡하겠다
  • 충청타임즈기자
  • 승인 2013.06.2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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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NLL 공방이 한 가지 기여한 것은 있다. 많은 국민들에게 NLL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더 알게 했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잊을만 하면 불거졌던 NLL이지만 이번만큼은 온 나라가 난리를 피우는 것에 걸맞게 일반인들조차 이 문제를 좀 더 고민스럽게 들여다보려 했다. 적어도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는 쉽게 휘둘리지 않은 것이다.

리영희 선생이 생전에 충북대를 찾아 강연한 적이 있다. 아마 10여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강연의 주제가 바로 NLL이었다. 이때만 해도 NLL에 대해 이의를 달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는 자료까지 직접 만들어 가지고 와 격정의 열변을 토했다. 지금만큼은 못해도 그때 역시 NLL을 놓고 남북이 옥신각신한 게 계기가 됐다.

이 자리에서 그는 “NLL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해 방청석을 긴장시켰다. 그러면서 NLL이 우리의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던 당시 서울대 모 교수를 지적하며 “이 나라 최고 교수라는 사람이 저렇게 무식할 수 있느냐”고 일갈해 이를 듣고 있던 몇몇 충북대 교수들을 아주 머쓱하게 했다.

NLL이 남북간 합의사항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제법상 근거도 없다고 강변한 리영희의 결론은 다름아닌, 남북한 평화구축을 위한 양자간 대화였다. NLL이 영토 경계선이 아니기에 이를 포기하자는 게 아니고, 전쟁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우발적 충돌의 소지를 늘 안고 있는 만큼 양쪽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노무현-김정일간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와도 같은 것이다.

사실 NLL을 기점으로 하는 남북간 특수구역 설정문제는 노무현 김정일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까지 언급한 사항이다. 노무현은 기존 NLL을 중심으로 양쪽 수역이 똑같이 포함되는 등(等) 면적의 공동어로구역 즉 평화수역을 설정하자고 주장했고 김정일은 NLL 이남의 남쪽 수역만을 가지고 공동어로구역을 긋자고 떼를 쓴 것이다. 어차피 영토를 다투는 문제인지라 서로의 이해는 상충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지난 대선 기간 이에 관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기존 NLL이 존중된다면 10.4선언에서 합의한 서해공동어로구역및 평화수역 설정방안을 북한과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지방일간지 공동 인터뷰에서다. 박 대통령의 구상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둘다 기존의 NLL을 존중하면서 평화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남북한 영토를 구분짓게 한 군사분계선(휴전선)은 서해안의 경우 한강 하구까지가 끝이다. 그 외 바다수역은 남북 정전협정이 발효되고 나서도 무주공산으로 남았다. 그래서 해군과 해병은 물론 일반인 유격대까지 포함된 남한병력이 번번이 당시 해군력이 전무했던 북으로 밀고 올라가 위협하게 되면서 한 때는 평양 관문인 남포 앞바다까지를 우리의 해군력이 넘보는 상황이 됐다.

급기야 휴전협정의 조기정착을 노심초사하던 클라크는 일방적으로 “더이상 북으로 넘어가지 말라”며 지금의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을 설정하게 됐고 남한의 위협에 뾰족한 대안이 없던 북한이 이를 묵인, 20년여나 이어져오다가 70년대부터 어깃장을 놓으면서 불거진 것이 NLL 분쟁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NLL은 영토의 경계가 아니라 군사작전용으로 태어난 일종의 사생아인 셈이다. 이것을 이제 와서 적자(嫡子) 논리로 난도질 하려고 하니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굳이 따진다면 NLL과 서해5도는 물론이고 북한 땅 전역이 대한민국 영토이다. 여전히 휴전, 정전상태이기 때문에도 그렇다.

만약 노무현한테 잘못이 있다면 자신의 속내를 거침없이 뱉어내는 그 특유의 화법(話法) 밖에 없다. 결코 본질이 아닌 고작 곁가지에 불과한 수사(修辭) 몇가지를 물고 늘어지며 부관참시를 서슴지 않는 지금의 행태를 우리의 후대는 어떻게 평가할 지 그저 참담할 뿐이다.

NLL은 그대로 살아 있다. 그리고 노무현은 이제 떠난지 4년이나 지났다.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가. 그 보다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무려 30년이나 후퇴시킨 국정원 선거개입이 더 고통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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