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 향기
조팝나무 향기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13.04.2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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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변정순 <수필가>

전국음성품바축제를 앞두고 벤치마킹의 타이틀을 걸고 음성예총회원들과 함께 함평 나비 축제에 승차했다. 지역축제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그곳의 비밀이 무엇인지 들뜬 기분이었다. 미리 입력된 그곳의 정보를 꺼내자면 노란 유채꽃은 벌써 함평들녘을 수놓았을 테고, 인공적으로 만든 나비생태관, 자연생태관, 비닐하우스 속엔 친환경농산물과 특이한 모양을 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가지각색의 꽃들에게 어린 나비가 날아드는 풍경이 그려지는데, 시선은 저산과 들에 피는 꽃나무들에게서 떼질 못한다.

그중에서 하얗고 자잘한 꽃들이 눈처럼 덮여있는 조팝나무가 아침햇살을 받아 유독 반짝반짝 눈 속으로 들어온다. 조밥나무라고 불리 우는 이 나무는 이름이 변해서 조팝나무가 된 것인데 아직도 조밥나무라고 부르는 곳이 남아 있다고 한다. 얼마나 배가 고픈 시절이었으면 나무에 핀 꽃을 보고 조밥을 연상하였을까?

벼농사를 짓기 위하여 못자리를 만들 때면 어김없이 산기슭에 피는 꽃을 고향에서는 못자리 꽃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게으른 농사꾼을 못자리를 하도록 독촉하는 꽃이고, 한 아름 잘라서 써려놓은 못 자리 터에 줄을 맞춰 꽂아놓고 볍씨를 뿌려야 할 곳과 사람이 다녀할 할 곳을 가리는 부표로 삼은 꽃이기도 하다. 흙탕물이 일어 어디가 모판인지 어디가 헛골인지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꽂아 놓은 것이란다.

흰 꽃이 다 떨어지고 파릇한 잎이 돋을 때면 뿌려놓은 볍씨는 여린 새싹을 올린다. 지금도 못자리 꽃을 사용하는 농사꾼이 있다면 운치 있는 못자리가 연출되겠지.

우리가 어릴 땐 못 자리 꽃, 싸리 꽃 이라고 불러준 꽃, 조팝나무라는 엄연한 이름이 있는 아름다운 꽃나무다. 요즘엔 관상용으로 고속도로변이나 작은 공원에 무리지어 심기도 하고 꽃꽂이용으로 쓰인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은은하게 자기연출을 잘하는 향기 많은 꽃, 꿀이 많아서 이른 봄 벌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유용한 밀원식물이기도한 조팝나무, 이 꽃나무는 너무 흔하여 귀하게 생각하지 않아 밭둑에 나면 마구 베어버린다. 몸통 째 잘려나가도, 겨우내 눈보라에 시달려도 봄이 오면 다시 새싹이 나고 또 꽃이 무성해진다. 생명력이 무척 강해서 웬만하면 죽지 않는 꽃이다. 작다고 반드시 약한 것이 아니고, 굵고 곧게 자라지 않는다고 쓸모없는 나무가 아니라는 생각에 젖었는데 드디어 함평에 도착했다.

43만평의 자연을 꽃과 나비와 사람들로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함평! 나비가 함평에만 많이 있을 까닭도 없고, 자연의 섭리로 이루어지지도 않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작품인데도 어떻게 이리 큰 성공을 이루어 냈을까. 이토록 축제를 성공하기까지는 함평 사람들 모두 경제, 행정, 경영의 전문가들이 수많은 착오와 시련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우리 예총회원은 많은 분야의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각자 개성과 실력도 뛰어난 사람도 많다. 이번 벤치마킹은 단합차원에서 진행된 일이기도 하지만, 좋은 축제를 보고 참고하여 우리고장 음성의 전국음성품바축제를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더 컸다. 얼마만큼 내공이 쌓여야 우리도 축제를 멋지게 성공 시킬 수 있을까. 규모와 예산은 부족할지 몰라도 그 열정만큼은 함평 사람들 못지않다.

깨끗하고 소박한꽃, 늘 가까이에 있어 낯설지 않은 친구처럼 다정한 꽃나무 조팝나무를 닮은 우리 음성예총의 예술인들. 우리의 열정이 조팝나무 내공의 향기와 같이 함평으로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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